당 지도부도 연락 안되는 심상정..여영국 "모든 결단 가능성"

송승환 입력 2022. 1. 13. 18:14 수정 2022. 1.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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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칩거한 13일 당 내에선 혼란과 불안함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심 후보는 전날 저녁 방송 인터뷰를 마친 뒤 귀가하는 중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선대위에 통보했다. 선대위 지도부와 상의는 없었고 이후 심 후보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 복수의 정의당 관계자에게서 “우리도 기사로 소식을 접하게 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13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저녁 통보를 받고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서 아직 대화를 못 나눠봤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엔 국회 의원회관의 심상정 의원실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혹시 의원실 직원들은 심 후보와 소통이 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왔는데 의원실도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당 대표로서 이 엄중한 상황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날 정의당은 “후보 사퇴나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렸지만, 이 역시도 심 후보의 정확한 의사를 모른 채 밝힌 것이었다. 여 대표는 이날 “심 후보는 모든 걸 열어놓고 판단할 것이고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당은 후보의 결정을 존중하려고 한다”며 “선대위 쇄신에 대한 고민은 원래 당에서 1월 중순 2차 선대위를 출범하기 위해 진행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의 측근도 “심 후보의 고민이 지지율 확보나 선대위 쇄신의 차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 안팎에선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 심상정 대선후보 사무실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공지했다. 선대위가 해체됐기 때문에 이날 오후에 대표단과 의원단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하기로 했던 일정도 취소됐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분간 다들 말을 아끼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라는 방침이 내려와 일단 심 후보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전국적으로 당원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설명을 요구하고 있어서 당직자들이 여기저기 연락을 하면서 일단 진정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여영국 대표는 전체 당원에게 “선대위원장들의 사퇴 결의는 대선 승리를 위한 성찰과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심 후보를 믿는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심 후보가 갑자기 칩거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다수의 정의당 관계자와 정치 컨설턴트는 답보 상태의 지지율 문제를 꼽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2~3%를 기록했다. 12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2.2%)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3.2%)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해체한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안 올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선거 운동을 시작할 때보다 약 2~3%가 오히려 줄었다”며 “선거 운동이 전혀 효과를 못 내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라 일정을 중단하고 재정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상승세를 탄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최근 심 후보의 행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나 기사량도 상당히 적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이런 심경을 자주 노출했다. 12일 저녁 방송 인터뷰선 “국민이 정권교체의 열망이 매우 큰데 제가 그 대안으로 믿음을 못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10일엔 “안철수 후보가 부럽다”고도 말했다.

단순히 지지율 때문만은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민주당 2중대’란 꼬리표를 떼기 위해 환경, 여성, 노동 등 진보 어젠다에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5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시도한 후보 단일화도 사실상 무산돼 설 자리가 좁아진 게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심 후보의 한 측근은 “정의당은 1%의 지지율도 경험해봐서 단순히 낮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진보 정당을 찍을만한 유권자가 심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도 “심 후보가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느끼고 고민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내에서도 왼쪽에 있기 때문에 심 후보가 노동, 복지 등 기존 정의당이 공략한 중도진보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인데 다른 한 축에선 진보 대통합도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입지가 불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심 후보의 대선 레이스 완주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당 지도부의 관계자는 “심 후보는 자신이 사퇴하면 그것이 당의 존재 가치나 운명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사퇴는 고려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정의당원은 “심 후보가 고민에 대한 답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 같다.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때 심 후보가 선거를 사흘 앞두고 사퇴한 기억이 떠올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대체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심 후보의 지지율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며 “서로 단일화에 대한 수요는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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