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美밀레니얼의 이유있는 좌경화

김남중 2022. 1. 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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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네이선 로빈슨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 440쪽, 2만2000원
2015년 창간돼 미디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급진 정치 잡지 ‘커런트어페어스’ 표지. 동녘 제공


미국 밀레니얼 세대에 부는 사회주의 바람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네이선 로빈슨은 1988년생으로 급진적인 정치 잡지 ‘커런트 어페어스’를 만들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정치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정치적 이변이었다면, 또 하나의 예기치 못한 현상이 사회주의의 출현이라고 말한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1600만 표 정도를 얻었는데,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도 1300만 표를 획득했다. 저자는 “샌더스의 선전은 미국 정치의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면서 “샌더스 선거운동의 밑거름이 된 것은 밀레니얼 세대”라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밀레니얼 세대 담론이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한국 밀레니얼 세대는 ‘이대남 현상’에서 드러나듯 우경화 경향을 보인다. 반공의 나라이자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그것도 가장 탈이념적이라는 젊은 세대가 가장 급진적인 사회주의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불평등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그들은 학자금 부채에 질렸고, 긱 경제(gig economy, 임시적 경제)의 삶에 지쳤다.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빚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세대, 좋은 일자리와 집을 구할 수 없는 세대, 돈이 돈을 버는 자산경제에 진입할 수 없는 세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그렇지만 가장 많이 배운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다.

미국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좌파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위)과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동녘 제공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주의를 위기로 바라보게 됐고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하면서 동료들을 발견했다. 샌더스의 2016년 대선 출마가 이들을 다시 모이게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 주류에 대한 축적된 실망과 반감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인종과 성별을 불문하고 클린턴보다 샌더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우파 정당은 애초에 불평등이 문제라고 보지도 않기에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책 뒷부분에 나오는 민주당 비판은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부분이다. ‘재수 없는 자유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장에서 저자는 먼저 청년들의 절망적 현실에 대한 민주당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인식 차이를 지적한다.


“‘지금이 가장 살기 좋은 때’라는 주장은 전체적인 통계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평균적 참이 반드시 모두에게 참은 아니다. 낙관적 메시지에 공감한 사람들은 잘사는 이들뿐이었다. 빚과 나쁜 건강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실직자에게 낙관적인 메시지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당이던 시절에도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2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최저임금, 기후변화, 이민, 헬스케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항상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유주의 정치는 아무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대단히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교활한 모습까지 보인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평등과 통합을 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불평등과 차별을 지속시키는 행동을 한다.”

이런 비판은 한국의 민주당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저자는 “민주당은 노동자의 대변자로서 비전을 내던지고 월가의 정당이 됐다”며 “(미국식) 자유주의로는 평등주의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란 게 어떤 것일까. 저자는 사회주의의 역사와 갈래를 풍부하게 검토하면서 세상의 불의와 권력의 논리에 불만을 품는 인간의 본능,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고 믿는 유토피아에 대한 꿈,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책을 추구하는 정치라고 정리한다. 사회주의를 둘러싼 편견에 대한 논박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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