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에 800km 달리는 전기차..'꿈의 배터리' 개발 성공

이수정 2022. 1.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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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뉴스1]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00㎞까지 달리는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신개념 배터리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과 미국 조지아공대 이승우 교수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엘라스토머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하고, 세계 최고 성능의 전고체 전지를 구현했다고 13일 밝혔다.


에너지 밀도 높아…‘꿈의 배터리’ 기술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에 성공한 전지는 전고체 리튬메탈 전지다. 전고체 전지는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전고체 리튬메탈 전지는 전고체 전지의 음(-)극을 리튬메탈로 쓴 전지인데,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개발된다.

전고체 리튬메탈 전지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 더 많은 자동차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화재 위험도 적어 ‘꿈의 배터리 기술’로 불린다.

신개념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이승우·김범준 교수와 한정훈·이승훈 연구원. [사진 카이스트]


연구팀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기존 전고체 전지의 단점을 보완했다. 바로 ‘엘라스토머 고분자 전해질’이다. 기존 전고체 전지는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고무의 특성을 가진 엘라스토머는 가격이 싸다. 또 가볍고 잘 늘어나 탄성이 좋다. 다만 고무 소재다 보니 이온 전도도가 매우 낮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엘라스토머 내부에 이온 전도성이 높은 플라스틱 결정을 3차원으로 연결했다. 쉽게 말해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무에 이온을 전달할 수 있는 3차원 통로를 가진 물질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안정성·에너지 밀도 높은 ‘엘라스토머’


김범준 교수는 “엘라스토머 전해질은 배터리 충·방전 때 안정성이 높고, 에너지 밀도가 촘촘해 신개념 배터리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부피가 커졌다 줄어졌다 하면서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엘라스토머는 탄력성이 높아 배터리 충·방전 시 리튬이 오가도 부피가 자유롭게 늘어났다 줄어든다. 반복적인 충전에도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엘라스토머 기반 전고체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사진 카이스트]


고용량 배터리를 만드는 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엘라스토머는 4.5볼트(V)의 고전압에서도 안정적인 구동을 보인다. 기존에는 전압이 4V가 되기 전에 배터리가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엘라스토머는 고전압에서도 잘 버틴다. 이렇게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같은 무게의 배터리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

김범준 교수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전고체 전지를 개발한 것도 맞지만, 엘라스토머 전해질이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3일자로 게재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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