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빈소의 유족들, 생활고·지병 자살설 일축

김하나 2022. 1. 13. 17: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망한 제보자의 8년 지기 "코·입에서 피 난 채 발견..약봉지도 있었지만 사인은 불명"
5년 지기 "이렇게 갈 분 아닌데 조폭과 연루된 게 아닐까 의심..부검 결과도 못 믿겠어"
이민석 변호사 "윤미향 비리·대장동 특혜·변호사비 대납 의혹 추적..항상 정의 추구하던 분"
유족 "나 혼자 있으니 연락 안되면 들여다 봐달라, 흔한 사적 대화..죽음·극단적인 선택 암시 아냐"
12일 서울 양천구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이모(55)씨 빈소.ⓒ데일리안

"정의감에 불타는 건 좋은데 사실 너무 매달리는 게 걱정스러웠어요."


12일 늦은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메디힐병원 장례식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모(55)씨의 모친이 빈소에서 통곡했다. 상복을 입은 이씨의 가족은 조문객을 받고 있었고, 8년 지기 A(60)씨가 검은색 옷을 입고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A씨는 "이씨와 연락이 안 된다고 해 11일 오후 8시 27분에 모텔 직원에게 연락해 방을 좀 확인해 달라고 했고 3차례 연락한 끝에 '사망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이씨가 코와 입에서 피가 난 채로 발견됐고, 의료진들이 심장이나 간쪽에 안 좋을 때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들었다"며 "다만 실제 (의사) 소견서에서는 사인 불명으로 나와 여러 가지 떠도는 추정들은 알 수 없고 부검 결과가 나와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몸이 안 좋아도 평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안 좋아보인다는 느낌은 받았다. 모텔 안에서도 약봉지가 발견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저녁 7시 빈소를 찾은 이씨의 5년 지기 차지성(54)씨는 "이씨는 진실을 바로 세우고자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 들었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늘 남을 도우려 했던 마음이 강했던 친구였다"며 "이렇게 갈 분이 아닌데 조폭이 보석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연관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의 사망 원인이 심장마비라는 것은 X소리다. 부검 결과도 솔직히 못 믿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빈소엔 생전에 이씨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함께 제기했던 이민석 변호사 등이 찾아왔다. 이 변호사는 "대장동때문에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돼 나도 처음엔 약간 의심했다"며 "혹시 신변에 위험이 생기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이씨가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끼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씨와 지난 2일 만났을 때도 이 후보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양천구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이모(55)씨 빈소.ⓒ데일리안

이 변호사는 이어 "이씨는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의 비리에 대해서도 추적했고, 윤 의원이 기소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며 "작년 9월 15일에는 대장동 사건으로 이 후보와 성남도시공사 배임죄 고발장을 작성해보자고 하고, 올해엔 이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하는 등 항상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셨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족 대리인 백광현씨는 이날 "이재명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한 공익제보자로 민주당과 이재명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받아왔다"며 "민주당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고 쓰지 말고 '대납 녹취 조작 의혹'으로 정정보도 해달라고 했는데, 사람이 죽었으면 애도를 표하거나 혹은 입 다물고 있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 이전에 사람 아니겠냐. 고인의 명예 실추시키는 워딩 등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특히 '생활고·지병에 의한 자살설'도 일축했다. "이씨가 6일 오후 3시~4시쯤 친한 지인과 통화에서 '나 혼자 있으니 연락이 며칠 동안 안되면 네가 와서 들여다 봐달라'는 말을 했다지만, 이는 50대 이상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나누는 사적인 대화"라며 "죽음을 암시하거나 건강 악화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건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사인에 대한 추측은 자제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백씨는 "아직 부검이 시작도 안 됐는데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은 아직 부검을 시작도 안 했고, 13일 오전이나 5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생활고로 인한 비관 자살은 가짜뉴스"라며 "(세간에 알려진 사실과 달리) 평소 건강 문제는 없고 당뇨 진단을 받으신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전날 오후 8시 40분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경남 창원에 거주하다 시민단체 활동 등으로 서울을 자주 방문했고, 석달 전부터 모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시신에서 외상이나 다툰 흔적 등 사인을 가늠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씨 유족은 휴대전화를 포렌식 할 예정이다.


이씨는 2018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상장사 주식 20억원어치를 받았다며 관련 녹취록을 한 시민단체에 제보한 인물이다. 시민단체는 이를 근거로 이 후보 등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 측은 같은달 이씨와 시민단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맞고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후보는 고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