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싫어하는 미군들도 열심히 썼는데..주한미군 확진 급증 평택 비상

최모란 2022. 1. 13. 17: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최모란 기자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K-6) 미군 부대 인근에 있는 안정리 로데오거리. 연말연시 손님맞이를 위해 인근 상인들이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장식이 곳곳에 보였다. 하지만, 거리는 지나는 사람은 뜸했다. 햄버거 가게와 편의점 등 몇 곳을 제외한 150여 곳의 상가가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셔터(덧문)를 내렸어요.”
평택 로데오거리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지었다. 박경찬 안정리 관광특구추진위원장은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지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상인들끼리 2주간 문을 닫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사꾼 입장에선 손해가 크지만, 이렇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미군 감염자 늘며 지역 감염 확산


평택시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가 조금씩 증가하더니 최근엔 300~400명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평택 지역 확진자는 355명이다. 경기도 전체 확진자(1535명)의 23.1%가 평택시에서 나온 것이다.
100만 인구 특례시인 수원시(84명)·용인시(84명)·고양시(70명)와 비교해도 확진자 수가 4~5배 규모다. 평택시 전체 인구는 56만명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12일 확진자 집계 과정에서 빠진 247명을 14일 발표에 포함하기로 해 내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7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택은 11일에도 4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도내 신규 확진자(1629명)의 27.6%를 차지했다.

평택시와 경기도는 지난달 28일부터 연일 세 자릿수 규모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원인을 주한미군 확진자 급증으로 보고 있다. 이날 평택시 확진자의 40%(142명)가 주한미군 확진자다. 11일 확진자 역시 450명 중 254명이 미군이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도내 주한미군 코로나19 확진자는 951명이다.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거리가 한산하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는 연말연시 미군들이 본국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등 부대 밖 대면접촉이 늘어나면서 확진자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군 확진자가 늘자 미군 부대 인근에 있는 안정리 로데오거리와 송탄관광특구(신장·지산·송북·서정동) 등에서도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팽성읍의 경우 12월 초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1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며 “미군 확진자가 늘면서 상가 12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신장동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스크는 아픈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며 기피하던 미군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선 마스크를 벗으면서 감염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확진 62건 중 55건이 오미크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확산하고 있다. 평택시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시민들에게 채취한 검체 샘플 755건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62건 중 55건이 오미크론 확진으로 파악됐다.

확진자가 늘자 주한미군은 지난 8일부로 공중보건방호태세(HPCON)를 브라보(B)에서 브라보 플러스(B+) 수준으로 격상해 사실상 외출금지 조처를 내렸다. 주 고객층인 미군의 발길이 끊긴 데다 오미크론 확산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미군 부대 인근 거리는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한 식당 주인은 “작년에도 미군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몇 차례 외출 금지 조치하면서 손해가 컸다”며 “그래도 간간이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을 열었는데 오미크론 얘기가 나오면서는 손님이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강화 방침을 밝혔다. 평택시

평택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1일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학교 등에 방학을 권고했다. 미군 부대 주변 지역주민과 운영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도 진행한다. 또 미군, 경기도 등과 방역 공조체계를 구축해 대응하기로 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도가 낮다고 하지만 빠른 전파력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으니 백신 추가 접종과 적극적인 생활방역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