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왜 성인男 위로하나" 청원도..퍼지는 위문편지 논란
최근 불거진 ‘여고생 군 장병 위문편지 논란’이 학생 개인 일탈을 넘어 젠더갈등, 군사 문화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위문편지 내용이 부적절하고, 군인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허탈함에는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군 위문편지가 교육적으로 올바른지, 여고생이 성인 남성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는 게 적절한지 등은 여전히 논란이다.
군 위문편지 논란은 최근 한 장병이 A여고 학생이 보낸 편지 내용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편지에는 ‘인생에 시련이 많을텐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 군인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A여고 측은 전날(12일) 학교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학교 측은 “위문편지 내용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A여고는 1906년 설립된 사립학교로 1953년부터 결연을 맺은 군 부대에 1961년부터 위문편지를 보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위문방문과 병영캠프 체험도 진행했다.
"위문편지, 롤링페이퍼로 대체 고민 중"
내용이 사전에 걸러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학생인권,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일기는 물론, 편지도 내용물을 교사가 볼 수 없는 구조"라며 "그래서 사전에 교육을 철저히 해 왔는데, 문제가 생겨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 vs "감사하는 마음 표현"
교육계에선 학생의 군 위문편지 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이 갈린다. 군 위문편지는 학교 또는 교사의 재량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군에 정기적으로 위문편지를 보내는 학교는 드물다”며 “이미 대다수의 학교 현장에선 젠더감수성에도 맞지 않는 데다가 대부분 반강제적로 해 오던 일이라 시대착오적이란 이유로 사라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도 “군사문화라는 비판적 시선이 많아 공립학교에서는 군대 관련 프로그램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며 “학교에 프로그램을 존치 여부를 강제할 순 없지만, 구시대적으로 비춰지긴 한다”고 말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사립학교가 성적, 대입 등 학업 관련한 변화에는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는데 그 외 내부 행정 프로그램은 변화가 거의 없다”며 “구성원이 잘 안 바뀌다보니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관습적으로 해 오던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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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문편지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군인뿐 아니라 소방의 날에는 소방관에게, 경찰의 날에는 경찰관에게 아이들이 감사편지를 써서 보내는데, 다른 누군가를 지켜주는 행동이 고귀하고 중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그는 “편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감사함 없이 억지로 쓰거나 봉사활동 점수 쉽게 따기 위한 편법 정도로 치부되는 게 문제이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A여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학생의 신상 정보도 유출됐다. 한 지역 학원은 A여고 학생은 원생으로 받지 않겠다고까지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과 A여고 측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상담센터를 연결해주는 등 보호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한 A여고 재학생은 “대한민국 군대가 얼마나 힘들고, 군인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며“일부 학생의 의견으로 학교 전체를 매도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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