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갤러리딤 - 식자재 쓰레기 디저트가 되다

임주형 2022. 1. 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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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문 연
소품점·쇼룸·공방 복합문화공간
식품 부재료 모아 디저트 만들고
친환경 스타트업 신상품 소개
기후위기·자원순환 교육 강연
제로 웨이스트 체험 교실도 열어
보고 듣고 만들고 먹는 지속가능한 삶
갤러리딤의 소품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바야흐로 기후변화의 시대다. 미국에서는 한겨울 허리케인이 급습하고, 브라질과 말레이시아에서는 때 아닌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평범한 국민이다. 글로벌 선진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채 친환경 정책을 논하게 된 이유다. 그래서 강조되는 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즉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순환 산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강조되는 쓰레기 배출 억제운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로 도시화한 인류사회가 생산·소비 활동을 영위하면서 아무런 쓰레기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힘든 일이라는 이유로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생태계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제로 웨이스트 사업을 널리 홍보하고, 나아가 미래 세대를 이끌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손수 가르치는 '제로 웨이스트 편집샵' 겸 '화실(化室)'인 갤러리딤을 찾아 어떤 생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가려고 노력하는지 들여다봤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문을 열었다. 갤러리딤은 제로 웨이스트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일종의 복합문화 공간이다.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모아 새로운 디저트를 만드는 공방이자, 친환경 관련 스타트업들의 신상품을 소개하거나 판매하는 '쇼룸'이 되기도 한다. 기후위기, 자원순환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는 강연장이기도 하며, 아이들에게 제로 웨이스트 상품 제작 과정을 몸소 체험시켜 주는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딤의 화실 모습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운영을 맡고 있는 김주연 관장은 "오픈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여기가 대체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품점 겸 쇼룸이자, 공방이기도 한 갤러리딤만의 변화무쌍한 매력은 김 관장의 개인적인 자부심이기도 하다.

김 관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홈스쿨링이 활성화되던 때 갤러리딤을 처음 고안했다고 한다.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 갑작스럽게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된 노동자들이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동시에 생산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말이다.

여기에 더해 당시 우연히 접하게 됐던 자원순환에 대한 강의를 수강한 뒤, 다양한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김 관장은 "처음에는 디자이너 김경미님과 함께 작업 공간으로 시작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아이들이 탁상 이론에만 의존하는 게 아닌 경험을 통한 배움을 얻게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아이들과 어머니가 함께 할 수 있는 요리, 베이킹 등에 미술 활동을 접목하다가 지금의 갤러리딤이라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이 참여하는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 / 사진=갤러리딤

갤러리딤의 작업 공간은 '화실'이라고 불린다. 예술가의 공방을 뜻하는 화실(畵室)이 아니라, 될 화(化)자를 쓴 화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김 관장은 화실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상상력을 현실의 창조물로 바꾸는 원료는 빵, 초콜릿, 마시멜로 등 다른 식품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이다. 여기에 식용 색소를 첨가하면, 한낱 음식물 쓰레기로 취급될 뻔했던 부재료들이 화려한 디저트로 변신한다.

화실은 작업 6공간이자 신상품이 태어나는 공간이며, 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보며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체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부모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김 관장은 "보통 미술 수업을 하면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쓰레기가 나오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도 결국 나중에는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나. 하지만 우리 수업은 보고, 듣고, 만들고 집에 가서 먹으면 다 없어진다"며 "그 부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갤러리딤의 활동을 통해 가족 모두 '지속 가능한 삶'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셈이다.

김 관장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려면 개인의 자질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갤러리딤은 시중에 나온 여러 자원순환 제품, 소품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여분의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이 적극적으로 상용화되고 인기를 얻어야만 비로소 제로 웨이스트 사회가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환경은 단순히 자연환경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의 외부를 둘러싼 것이 자연환경이라면, 인간 사회 내부에는 ‘인문 환경’이 있다. 개인, 가족, 단체, 기업 등이 모두 긴밀히 연결돼 만들어진 환경이다. 두 환경이 서로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환경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라는 주제 안에 모든 아이와 어른, 개인과 단체, 기업과 기업이 연결되는 '상생 플랫폼'의 꿈을 그리는 갤러리딤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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