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와치] 워케이션, 당신은 어디에서 일하고 계십니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거나 짓고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사업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왜 오피스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그만큼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트렌드코리아가 출간되고 나면 새해는 어떤 한 해가 될지 늘 궁금 어린 시선을 받는다. 특히나 코로나19 이후로는 트렌드와 전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 트렌드를 분석하는 입장에서도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뉴노멀로 자리잡을 단 하나의 확실한 변화는 ‘일하는 방식’이다.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일을 하던 문화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19가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켰음은 분명해보인다.
대표적인 현상이 워케이션(Workation)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늘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회사는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해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재충전과 능률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을 하는 입장에서도 워케이션은 달콤한 선택지다. 휴양지에서 쉬면서 일을 하는 풍경을 우리는 한 번쯤 상상해보지 않았던가.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9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무려 85.2%가 워케이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워케이션은 특히 지방자치단체에게 중요한 트렌드다. 워케이션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관광재단은 2021년 3월과 9월에 인터파크 투어와 함께 워케이션 숙박 상품 기획전을 열었는데, 좋은 반응에 힘입어 같은 해 10월 강원도 워케이션 시즌2를 오픈한 바 있다. 경남 하동군도 2021년 6월부터 ‘오롯이 하동: 직장인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워케이션은 기업, 직장인, 지자체 모두에게 이슈다. 2021년 10월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및 네이버에서 워케이션을 언급한 소셜데이터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이후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의 분석도 워케이션 열풍을 뒷받침한다. 2021년 12월 총 가입자 120만명의 여가 액티비티 활동과 검색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주지역 코워킹스페이스와 액티비티를 결합한 워케이션 상품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토스는 경남 남해군에 워케이션을 위한 일터를 만들었다. 분교를 활용해 리모델링한 센터는 1층에 업무공간, 2층에 숙박 가능한 객실을 보유하고 있어 팀 단위 방문이 가능하고 최다 10명씩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야놀자는 2021년 6월 이후 상시원격근무제를 실시하면서 거점오피스와 좌석공유제, 워케이션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CJ ENM은 2021년 10월부터 직원들에게 한달간 제주살이 기회를 주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면서 제주시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 ‘CJ ENM 제주점’을 시범운영 중이다. 한화생명도 원격근무지(Remote Workplace) 제도를 도입했다. 강원도 양양의 브리드호텔 1개 층 전부를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근무를 하면서 요가, 명상, 트레킹 등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앞으로 워케이션과 같은 원격근무의 형태가 확대되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업무용 툴이나 메신저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내 메신저로 많이 쓰이는 슬랙, 협업과 클라우드를 지원하는 노션, 화상회의 줌 등을 활용하여 워케이션으로 인한 실시간 업무 공백을 채우는 곳이 많다. 국내에서도 토스랩의 잔디, 네이버 웍스, 카카오 워크의 3파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토스랩의 잔디의 경우 30만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리모트워크 문화를 가진 미국의 기업 깃랩(GitLab)은 2014년부터 원격근무를 지향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300명 이상의 직원이 65개국에 흩어져서 일한다. 2021년 5월 깃랩은 자사의 원격근무 노하우를 정리한 원격근무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해당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업무 형태에 의문을 던지며 미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원격근무로의 전환기를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하는 일이다”
그렇다.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러한 워케이션 트렌드를 모든 근로현장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의 과정·결과물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기업이나 직무에 한정된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하지만 워케이션 트렌드로 대표되는 근무형태의 다변화는 분명히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는가? 자문해보아야 할 순간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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