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타임스(Modern Times, 1936)'와 과학적 관리법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최문갑 2022. 1. 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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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작은 중산모에 크고 낡아빠진 구두, 꽉 끼는 윗도리에 헐렁헐렁한 바지, 그리고 짧은 콧수염에 특유의 팔자걸음과 항상 옆구리엔 지팡이’, 바로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특유의 떠돌이 분장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영화 <모던타임스(Modern Times, 1936)>는 1929년의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탄생되었는데, 20세기 초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른 실업, 파업, 폭동 등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만국공통의 영상언어’라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새벽 6시, 양떼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듯이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출근한다. 채플린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쉴 새 없이 반복해서 나사 조이는 일을 맡고 있다. 경영자는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체크하며, 점심 먹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에 급식할 수 있는 자동급식기계를 설치하려 하지만, 기계가 고장이 나 실패한다. 나아가 기계고장으로 거대한 톱니바퀴의 틀에 끼여 끌려 들어간 채플린의 모습은 기계의 부품처럼 전락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 비인간적인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단순 작업의 결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여버리는 강박관념에 빠져, 미친 사람으로 오인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 후, 퇴원한 채플린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방황하다가 우연히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시위에 휩싸여, 주동자로 몰려 감옥에 끌려간다. 오랜 감옥살이 끝에 풀려난 그는 조선소에서 일하지만 미완성의 배를 진수시켜버리고, 집 없는 예쁜 소녀(폴렛 고다드)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위에 가담했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고, 선착장에서 빵을 훔친 소녀를 본 그는 그녀를 돕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두 사람은 곧 강가에 낡은 창고를 발견해 살면서 직장 찾기에 나선다. 그는 백화점 경비원으로 취직하기도 하고, 철공소에서 일을 하지만 번번이 소동으로 막을 내린다. 결국, 소녀의 도움으로 카페에서 일하게 된 그는 ‘티티나’라는 노래(영화 속 그의 최초의 목소리다.)를 불러 인기를 끌지만, 보호시설을 뛰쳐나온 소녀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어 또다시 둘은 떠돌이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모던타임스>에서 제시된 공장의 조직과 작업방식은 과학적 관리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방법은 작업과정에 있어서 시간연구와 동작연구를 통하여 과업(노동)의 표준량을 결정하고, 그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조직적인 태업을 방지하여 노동자의 노동의욕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작업관리방식이다. 인간을 기계의 노예화한 전형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학적 관리법이 영화 <모던타임스> 속에 반영된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경영조직을 완전한 폐쇄된 조직으로 보았다. 이 점은 영화의 첫 장면인 노동자들의 출근하는 모습과 폐쇄적인 공장의 모습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채플린이 화장실에 갈 때마저도 출근 카드와 같은 시간 체크카드에 기록하는 장면과 자본가가 몇 번 생산라인이 늦다고 지시하여 속도를 조정하는 것은 테일러의 공정관리의 전형적인 이론이다. 셋째, 채플린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쉴 새 없이 반복해서 나사 조이는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은 포드의 컨베이어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자동급식기계이다. 이 기계는 밥 먹는 동작을 연구하여 밥을 효율적으로 빨리 먹도록 해주는 장치지만, 그 기계는 아주 복잡한 사람의 동작을 모두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기계는 테일러의 동작연구의 허구성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나아가 인간이 기계에게 속박 당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나타냄으로써 인간의 존엄성 상실을 암시한다.

채플린은 <모던타임스>에 관한 회견에서 “근대화된 기계문명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계에 의한 인간의 노예화를 반대한다.”라고 말하였다. 물질문명이 가져오는 비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고발과 비판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끝내 버리지 않은 것은 ‘희망’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미래를 향해 길을 걷는 연인의 모습에서, 그가 끝내 버릴 수 없었던 ‘희망’이라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영원히 바라만 봐야 하는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 어딘가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영화 속의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Buck up-never say die. We’ll get along.”(기운을 내, 비관하지 말고. 우리는 잘 꾸려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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