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 연임방지법' 발의.."과도한 개입은 경쟁력 약화"(종합)

김진호 2022. 1. 13. 11: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임 1회, 최대 6년 제한하는 법안 첫 발의
제왕적 지배구조 논란 취지..여당 등 13명 의원 참여
과도한 규제 논란..금융사 중·장기적 발전 저해 우려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송승섭 기자]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에 참여해 자신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셀프 연임방지 법안’에 이은 강력한 규제안이다. 법안을 발의한 여당은 금융사의 공정성 및 독립성 강화 취지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이 민간기업 지배구조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융사의 중장기적 발전 등을 가로막을 수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공성 성격이 짙은 금융업 특성상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는 바람직하나 과도한 규제가 금융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의 의원은 전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 제한 및 총 임기 등을 규정하고 상근 임원으로 하여금 다른 회사 상근 임직원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관련 법안을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발의 예고를 한 뒤 세부적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올렸다"며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1회,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6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반복적인 연임으로 인한 권한 집중을 막고,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임기와 연임을 제한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가로 막는 법안이 여당 의원 손에 발의된 것을 두고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지배구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법제화 가능성이 커진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연내 통과될 경우 내년 3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금융 회장과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때문에 향후 법안 추진 과정에서는 금융사 반발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지나친 민간 지배구조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능력이나 성과에 따라 연임을 할 수 있고 회장 선임은 주주들 동의도 거치는데 기한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 성과에 얽매였던 과거를 뒤로 하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쉽을 기반으로 한 중·장기적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며 "회장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될 경우 해외진출부터 디지털 전환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핵심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통상 CEO가 새로 오면 조직안정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조직안정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또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임기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지배구조 문제지만, 고강도 규제 부작용 우려"

전문가들도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금융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연임 기한을 제한하면 10년, 20년 이상의 장기적 비전보다 단기 성과에 치우친 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잘하면 계속하는 거고 못하면 그만두는 게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이 오너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경영을 해내기 위해선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임기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임도 못하고 단기간에 교체되는 구조라면 누가 리스크를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에 나서겠냐"고 지적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장수 CEO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과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다이먼 회장은 무려 16년간 회사를 이끌며 은행의 기능을 강화하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킨 월스트리트의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6년 재임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조직안정을 이뤄내고 이후 지금까지 JP모간체이스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금융과 은행도 결국 산업 중 하나인데 너무 공공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통제를 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미국 금융사 CEO들만 봐도 오랜기간 재임하며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사는 일종의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는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해당 법안처럼) 너무 강한 규제가 도입되면 민간 개입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