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치명타..HDC현산, 주택시장 퇴출 위기

김동표 2022. 1.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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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고에 '아이파크' 기피 움직임
재개발·재건축 시장서도 밀려날 가능성
입주 예정자들 분양계약 해지 움직임도
광주시는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행한 주상복합 고층아파트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계기로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서 HDC를 배제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실종자 6명이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공사 현장의 모습. <이하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단지 건물 붕괴 사고로 휘청이고 있다. 엄청난 사업 손실은 물론 연이은 대형 사고에 따른 신뢰 추락으로 아예 주택사업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미 해당 단지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에 나서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일선 정비사업 조합들은 HD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입주지연 보상금 수백억원… 계약 해지 고려하는 입주자들= 13일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의 여파로 해당 단지의 입주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개된 사진과 영상만으로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고가 난 아파트 동의 경우는 완전히 철거하고 재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구조는 치밀하게 연계돼 있어, 일부분이 손상을 입었더라도 전체 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학과 교수는 "상층부의 붕괴된 부분만 부분시공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하층부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해당 동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건설사 관계자도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현 상태로 봤을 때 적어도 해당동의 완전 철거 후 시공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도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다. 수분양자들은 SNS단체 채팅방 등에서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 계약 취소 등에 관해 의견을 서로 구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 현재까지 계약자가 지급한 금액에 지체 기간을 일 단위로 곱한 뒤, 연체료율을 곱해 계산한다. 업계에서는 연체료율을 18% 수준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사고로 아파트 입주가 최소한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2단지(아파트 316가구)는 현재 4차 중도금(2021년 12월24일자)까지 납부된 상태인데, 중도금 완납을 기준으로 지체상금을 계산해보면 1년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 규모는 2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입주 후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예 계약 자체를 해지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법무법인 동인 윤현석 변호사는 "표준계약서상, 입주가 3개월 이상 지연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예외사유로도 보기 어려워 보이고, 입주자들은 조항에 따른 약정 해제권을 행사해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락한 신뢰… 정비사업서 퇴출되나= 더 큰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시장에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다는 점이다. 이미 맺은 계약은 취소 가능성이 커졌고, 향후 몇 년간은 추가 수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주택 부문 비중이 절반을 넘는 현산으로서는 기업 존폐와도 직결된다.

잇따라 사고 피해를 입은 광주 지역에서는 ‘손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시공권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광주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꼽히는 이 단지는 현산과 GS건설, 한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조합 측은 "현산이 자진해서 나가지 않으면 총회 등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사업 지연 등 피해가 있지만 같이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실종자 6명을 찾기 위한 수색견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믿고 거르자’ ‘영구퇴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서는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평판 추락은 향후 정비사업 수주 등 경영 활동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같은 강도 높은 행정처분을 견디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해당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수주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 역시 "짓고 있던 건물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사안이 더 엄중하다"며 "과거에도 대형 사고를 초래한 건설사는 꽤 오랜기간 수주가 어려웠는데 현산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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