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미애의 '한동훈 방지법'.. 법무부, '휴대전화 강제해제' 연구 마무리

배경환 2022. 1.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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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 암호해제 미이행시 사법방해죄로 처벌.. "입법 논의될 경우, 헌법 무력화"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를 놓고 갈등을 보인 바 있는 한동훈 검사장(좌측)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법무부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법'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비공개로 추진, 불과 100일만에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추 전 장관은 독직폭행 사건 뒤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멈춰버린 배경을 휴대전화 해제에 협조하지 않는 한동훈 검사장으로 지목하며 법무부에 관련 법률 제정을 지시한 바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9월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암호해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에 착수, 지난달 초 결과 보고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번 연구의 골자는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를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데 있다. 사법방해죄 도입 검토가 이뤄지는 만큼 논란에 대한 부분 역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해 추후 활용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계획이다.

연구에는 그동안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와 진술거부권 등 관련 연구를 수차례 진행한 바 있는 경남 소재 한 대학 법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 교수는 앞선 연구 자료를 통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스마트폰에 어떤 정보가 들어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밀번호를 해제해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미국 법원의 예견된 결론의 법칙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할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법무부는 "법무·검찰 행정 지원의 일환으로 사법방해죄라는 큰 틀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방지법'으로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추 전 장관이 지난 2020년 11월 법무부에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했던 사안으로 보고 있다. 같은해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로 있던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한 검사장의 스마트폰을 놓고 몸싸움을 일으킨 게 원인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 연구위원의 직무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추 전 장관은 절차상 하자를 언급하며 이에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추 전 장관은 "채널에이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향후 입법 추진 등) 연구 결과 활용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이 물러난 후에도 관련 용역이 추진된데다 단기간에 마무리돼 결국에는 입법 과정에 쓰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에 보고된 용역 결과도 해당 교수의 앞선 연구와 같은 취지일 가능성이 높다.

논란은 여전하다.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는 피의자의 헌법상 권리를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에서다. 결국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앞서 한 검사장 역시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제정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까지 가세하며 법안 논의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권테러적 발상"이라며 "진술거부권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 수사 당시 정경심 교수 소환을 앞두고 공개소환과 심야조사를 없앴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 과정에서 법무부는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휴대전화 강제해제를 목적에 둔 법안이 논의된다면 결국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의자의 자기방어권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이는 최근 법원이나 국회가 만들거나 고민 중인 피고인·피의자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 지원 기조와도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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