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일삼는 남편, 이 가족이 맞닥뜨린 현실

김봉건 2022. 1.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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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봉건 기자]

미리암(레아 드루케)과 앙투안(드니 메노셰) 부부는 이혼한 관계다. 앙투안의 폭력 행위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 이후에도 앙투안의 괴롭힘과 폭력은 한동안 지속됐다. 이를 견디기 어려웠던 미리암은 결국 법률 조정을 신청하게 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

심리가 진행되던 날, 미리암 측은 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이 앙투안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앙투안은 폭력 행위 같은 건 없었으며 단지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로서의 진심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게 된다.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은 판사는 이들을 일단 돌려보낸다. 추후 내려진 판결은 앙투안의 친자 접견권을 인정하고, 그가 2주에 한 차례씩 줄리앙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판씨네마(주)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폭력 행위로 파탄이 난 한 가정에 법률 조정이 이뤄지지만, 가해자에게 자녀의 접견권이 인정되면서 이를 매개로 다시금 폭력이 되풀이되는 끔찍한 현실을 그렸다. 

판사의 판결 덕분에 아들 줄리앙과 모처럼 주말을 함께하게 된 앙투안은 그와 같이 있는 게 싫다며 완강히 거부하는 줄리앙을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아내 미리암은 그동안 앙투안이 눈치 채기 어려운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연락처를 바꾸는 방식으로 그의 괴롭힘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내를 향한 앙투안의 집착은 상당히 집요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낸 뒤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아들을 자식으로서 보고 싶다고 진술했던 법원에서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앙투안. 그에게 있어 아들 줄리앙은 그저 아내와의 관계를 잇도록 해주는 일종의 도구에 불과했다. 앙투안은 계속해서 줄리앙을 추궁했고, 그럴 때마다 줄리앙은 딴전을 피우거나 거짓말로 일관했다. 앙투안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들로 인해 인내심에 한계가 오는 듯했다.

결국 완력을 행사하게 되는 앙투안. 줄리앙은 계속 버텨보지만 어른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영화는 한동안 아내의 거주지를 집요하게 추궁하는 앙투안과 미리암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 등으로 맞서면서 버티는 줄리앙의 팽팽한 대결 구도로 그려진다. 물론 애초부터 줄리앙에겐 승산 없는 싸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판씨네마(주)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 앙투안의 승용차에 앉아 온갖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줄리앙의 얼굴을 바라보는 건 여러모로 참 괴로운 일이다. 앙투안의 과거 행적이 극중 직접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줄리앙의 표정을 통해 과거 그가 어떠했을지 어림짐작되고도 남는 까닭이다.

어른답지 못한 앙투안의 계속되는 완력 행사에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마는 줄리앙. 이때까지만 해도 잔잔하게 흘러가던 극의 분위기는 미리암의 새로운 거주지가 앙투안에 의해 파헤쳐지면서 급변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잔잔하던 드라마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서스펜스와 스릴러 장르로 급작스레 돌변하는 단계다.  

영화에서처럼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는 대부분 상대적 약자인 아내로 알려져 있다. 흔히 가정 내 사랑 싸움으로 인식돼 온 가정폭력은 여타의 폭력 행위에 비해 경각심이 덜한 편이다.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하며, 죄의식도 낮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통상 가정 내에서 음성적으로 발생하여 강력범죄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곤 한다. 더불어 가정 파탄과 폭력의 대물림 현상을 낳게 하는 등 그로 인한 파급효과도 만만찮다.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범죄 가운데 하나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판씨네마(주)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극이 정점을 찍으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가정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가를 단적으로 묘사한다. 흡사 다큐를 보는 듯 현실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기존 문법을 벗어난 감독의 독특한 연출 기법 덕분이다.

극의 흐름이 정점을 찍은 뒤 이어지는 놀라운 장면에 관객은 자신의 심장을 충분히 다독여야 할 것이다. 그것도 한동안 말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남겨진 현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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