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년인데.. 언제까지 끌려다닐 텐가

2022. 1. 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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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기업 현지화 실패, 한국의 중국 투자 수요 급감
한중 수교 30년 계기, 한국 소프트파워 키워야

올해로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지 30년이 된다. 수교 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54배,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30배 정도 증가했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4%에서 25% 수준으로 급증해 2위 수출국인 미국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이 중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6.1%로 늘었다. 교역뿐 아니라 투자, 인적 교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성장할수록 중국 내 한국 입지는 위축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 심화, 경색된 남북 관계는 한국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지난해 11월 16일 화상으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제3차 ‘역사결의’ 전문을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면서 동시에 미국에 더욱 대등한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중국에 대한 미국 대응도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가치동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을 배제한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안보, 인권, 환경, 디지털 규범 등을 망라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것. 이를 위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결성하겠다고도 공표했다.

이런 움직임만 보면 미·중 양국이 당장이라도 관계를 끊을 것처럼 비쳐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실물과 금융 부문 모두 미·중 간 디커플링이 심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이 계속해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미래 핵심 산업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해도 경제 전반에 걸친 공생 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2020년 전 세계 해외 직접 투자(FDI)는 전년 대비 24% 감소했지만 중국에 대한 FDI는 오히려 6%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국 FDI는 24% 감소했다. 이마트나 롯데그룹 같은 유통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도 중국에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런 탈중국 움직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정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못하고 지금까지 끌려온 정부 책임도 크다. 경제와 안보 구분이 무의미해져가는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에 매달리는 것도, 사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한국의 대중국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과도한 대중 의존도는 줄여나갈 필요가 있지만 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도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중국에 ‘전략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아질수록 우리 협상력은 커진다. 눈치 볼 시간에 실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같은 핵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할 때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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