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코스피 5000'이 걱정되는 이유

임상균 입력 2022. 1. 13. 08:36 수정 2022. 1. 1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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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칼럼
MB·박근혜 때 망신 알고도 증시 목표 또 제시
돈 퍼붓기 나서면 지수 5000 훌쩍 넘겠지만
환율·물가 동반 폭등 땐 '터키판 경제 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코스피 5000 시대’가 연일 화제다.

이 후보가 ‘코스피 5000’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12월 13일이다. 포항 죽도시장 즉석연설에서 “대통령을 맡겨주시면 주가 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말 경제 유튜브와 1월 초 증시 개장식에서도 코스피 5000을 내세웠다. 이제 ‘코스피 5000 달성’은 이 후보의 공약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코스피 5000,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00을 제시했지만 거짓말이 돼버렸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선 것은 한참 후인 2021년이다. 이런 망신살을 모를 리 없는 이 후보가 다시 코스피 5000을 자신 있게 내세운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본래 진보 정권에서는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코스피가 173% 급등했다. 김대중정부 때도 14% 상승했다. 문재인정부는 현재 27% 올라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20%, 4% 상승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1961년부터 2017년까지 11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 기간 다우존스30 상승률을 보니 민주당 때가 평균 83.6%로, 공화당 30.5%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그 나름 이유가 있다. 진보 정권은 성격상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꾸게 만든다. IT, 바이오, 헬스케어 등 미래 신성장 산업과 어울린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플랫폼 경제 등이 꽃피운 시기는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였고, 김대중정부에서 코스닥·벤처 육성 정책이 본격화했다.

특히 돈 풀기에 훨씬 더 적극적이다. 큰 정부와 공격적 재정지출을 강조하는 케인스 학파와 맥을 같이한다. 1930년대 뉴딜 정책의 루스벨트, 정부가 화폐 발행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 존 F. 케네디, 베트남 전쟁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낸 린든 존슨은 모두 민주당이다. 오바마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격적 양적완화로 초호황을 누렸다.

이 후보도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공격적인 확대 재정을 내세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청와대로 가져가겠다고 나선다. 한국은행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국채를 찍어낼 태세다. ‘코스피 5000’ 자신감도 여기서 나온 듯하다. 이렇게 돈을 푸는데 주가가 안 올라가면 이상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금의 터키가 잘 보여준다. 제왕적 대통령 레젭 타입 에르도안은 엉터리 경제 논리를 앞세워 지난해 9월 이후 4차례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엄청나게 돈이 풀리자 터키 IMKB-100지수는 10월 6일 1371.69에서 12월 15일 2278.55까지 2개월여 만에 66% 폭등했다.

그러나 국민 경제는 망가졌다. 12월 터키 소비자물가는 36% 급등했다. 2002년 이후 최대폭이다. 달러당 리라화 가치는 8월 말 이후 석 달 새 절반으로 폭락했다. 이 후보처럼 돈을 퍼부으면 코스피는 5000을 훌쩍 넘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2배 급등하고, 주가도 2배 오른다면 무슨 소용인가. 자국 화폐만 쓰레기가 되고 만다.

터키 증시는 12월 중순 이후 유동성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본격적인 국가 경제 위기 과정의 진입이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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