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렇게 추운데.. 시간만 허비" 피마르는 실종자 가족들 발동동

박장군 2022. 1.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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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렇게 추운데, 저기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춥겠어요." 12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이 통제선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수색의 성과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가족들은 수색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며 통제선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건물 붕괴로 16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 '학동 참사' 유가족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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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정보 실시간 공유 안돼 분통
'학동 참사' 유족들 현장 방문 위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12일 현장 점검에 나선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도 이렇게 추운데, 저기 갇혀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춥겠어요.” 12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이 통제선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수색의 성과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가족들은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꼭 붙들고 “제발 살아 있길, 살아만 있길”이라고 기도하듯 읊조렸다.

가족 중 한 명이 천막 밖으로 나가 구조 상황을 물어볼 때마다 다른 가족들도 하나둘 몰려들었다. 실종자들에 대한 작은 단서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사소한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세웠다. 광주 최저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간 이날 가족들은 핫팩에 의지해 두 손을 비비며 한참 동안 통제선 앞을 지켰다.

가족들은 13시간여 만에 재개된 수색에 기대를 걸었다. 실리콘 작업을 하다 실종된 작업자의 가족 배모(68)씨는 “막내 제부가 ‘나 돌아왔어’라며 웃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다”며 “성실하고, 가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라 더 보고싶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실종된 김모(20대)씨는 “내가 장난을 걸면 장난으로 되받아치는 친구 같은 아빠였다. 꼭 돌아오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일부 가족은 통제선 바로 옆에서 말없이 줄담배만 피웠다.

붕괴 이틀째인 현장은 스산했다. 실종자 가족과 구조 당국 관계자, 자원봉사자, 시민들이 번잡하게 뒤섞였다. 인근 고층 건물 틈새로 모습을 드러낸 구조물은 한쪽이 폭삭 내려앉았고, 외벽은 거칠게 뜯겼다. 콘크리트 더미가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앙상한 철근과 배관만 삐죽 튀어나왔다. 한 실종자의 가족은 “오늘도 또 해가 넘어가고 있다”며 밤새울 채비를 했다.

가족들 마음과 달리 수색 작업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가족들은 수색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며 통제선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소방설비 작업을 하다 실종된 작업자의 처남 안모(45)씨는 “드론 촬영 영상을 왜 가족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느냐”며 “가장 먼저 정보를 제공받아야 할 가족들이 어제부터 계속 패싱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족도 “상황이 안 좋고 어렵더라도 아무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며 “가족으로선 그런 얘기라도 들어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일 것 같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 건물 붕괴로 16명의 사상자가 나온 광주 ‘학동 참사’ 유가족도 사고 현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남성은 “제발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유족의 고통을 제가 당하고 사니까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광주=박장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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