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은 코심의 국립 명칭 사용을 왜 반대하나

장지영 2022. 1.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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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교향악단은 KBS의 뿌리, 실력 갖추고 공론화 거쳐야"
존재감 과시 의도라는 지적도
'낙하산' 코심 대표 역량 시험대에
KBS교향악단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국립 명칭 사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KBS교향악단 홈페이지 캡처


최근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겪고 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는 박선희 전임 대표 시절 ‘국립’ 명칭 변경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율하는 한편 음악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의견 청취까지 마쳤다. 대부분 찬성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다음 달 정기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뒤 악단 명칭을 바꿀 계획이었다.

코심이 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은 운영예산의 70%를 문체부에서 지원받는 국립 예술단체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코심이 민간단체로 출발했으나 국립 예술단체의 음악을 맡으면서 공적 지원을 받게 된 역사와 관련 있다.

1985년 창단된 코심은 국립교향악단이 1981년 해체돼 KBS로 이관된 이후 마지막 상임지휘자였던 고 홍연택이 함께 사임한 단원들과 만든 오케스트라다. 민간 오케스트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코심은 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하고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의 공연을 전담했다.

2000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됐고 이듬해 재단법인이 됐다. 국립 예술단체의 작품 반주 외에 독립적인 교향악 공연도 하는 코심은 국고 지원이 늘면서 문체부의 관리·감독도 받게 됐다. 변화된 위상에 맞게 ‘국립’ 명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KBS교향악단이 반발하고 나섰다. KBS교향악단 노동조합은 지난 7일 “문체부가 국민 공감도 형성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국립교향악단의 뿌리는 KBS교향악단에 있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12일 노사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오케스트라에 ‘국립’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선 먼저 ‘국립’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국격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실력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1956년 서울중앙방송국(KBS) 시절 서울방송관현악단으로 출범한 KBS교향악단은 69년 국립극장 전속단체가 되면서 국립교향악단이 됐다. 정부 방침으로 81년 교향악단 운영권이 KBS로 이관되면서 KBS교향악단이 됐다. 이 때문에 클래식계에는 “국립교향악단 해체 당시 핵심적인 지휘자와 연주자가 코심을 세운 만큼 KBS교향악단이 자신들만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코심 관계자도 “새로운 명칭으로 국립교향악단이 아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다른 이름을 구상하고 있어 KBS교향악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KBS교향악단이 코심의 ‘국립’ 명칭 사용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장기적 재정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KBS교향악단은 2012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10년간 KBS에서 연간 108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이후 2025년까지로 연장됐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KBS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 연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KBS교향악단이 ‘국립’에 대해 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명분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11일 오케스트라 운영과 전혀 관련 없는 성악가 최정숙씨가 코심의 신임 대표로 오면서 꼬였다는 점이다. 최씨가 코심의 대표로서 ‘국립’ 명칭과 관련해 KBS교향악단과 복잡다단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가 많다. 최씨는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전공인 오페라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않았다. 황희 장관의 지인이라는 점 외에 눈에 띌 만한 경력이나 실적도 없다. 여론이 나빠지자 문체부는 황 장관과 친분 때문에 최씨를 대표로 선정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클래식계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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