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이 해법

입력 2022. 1.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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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학교 가고 일하는 것이 성실과 근면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 과제로 상병수당 추진을 밝혔다.

아파서 일하지 못하는 경우 유급병가 적용자를 포함한 모든 대상자에게 상병수당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 제도도 단순하고 기업 부담도 적어 수용성이 높을 수 있다.

상병수당은 질병 발생 시 바로 수급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기 기간을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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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유 한신대 교수


아파도 학교 가고 일하는 것이 성실과 근면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프면 ‘민폐’가 되는 상황에서야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핵심 과제로 상병수당 추진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상병수당 설계 시 많은 쟁점이 있다. 여타 제도와의 정합성도 고려해야 하고,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한다. 적용 대상, 급여 수준과 기간, 질병 판정, 소득 증명, 재원 조달 등의 쟁점이 있고, 그중 하나가 휴가·휴직 제도와의 연계 문제다. 아플 때 소득을 보장하는 수단으로는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이 있다. 현재 유급병가는 근로기준법상 강제 규정이 아니라 단체협상과 취업규칙으로 정해진다. 그 결과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에 주로 적용된다.

아파서 일하지 못하는 경우 유급병가 적용자를 포함한 모든 대상자에게 상병수당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 제도도 단순하고 기업 부담도 적어 수용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유급병가를 우선 적용하고 병가 만료 이후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계층 간 유급병가 권리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이 방안이 더 형평성에 부합하고 제한된 자원을 취약계층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이다.

상병수당은 질병 발생 시 바로 수급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기 기간을 설정한다. 대기 기간은 상병 발생 시점과 급여 수급 시점 사이에 일정 기간을 두는 것이다. 유급병가 적용자는 유급병가 기간을 대기 기간으로 하면 된다. 다만 유급병가 비적용자는 대기 기간을 짧게 설정하고 근로 불가 사유가 명백한 경우부터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집단감염에 노출된 콜센터·물류센터 노동자와 과로사 위험에 놓여 있는 택배기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생활을 우선적으로 시급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 대기 기간, 급여 수준과 기간 등을 확대해 나가면 된다.

아파도 병가나 휴직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고용 불안으로 상병수당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상병수당이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법정유급병가, 무급병가휴직, 질병으로 인한 해고 제한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2012년 제3차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상병휴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병수당 도입과 유급병가의 법제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제도 설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20년 7월 상병수당 도입과 관련해 노사정이 사회적 협약을 맺었으나 노사의 역할에 대한 더 깊은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상병수당 도입과 정착에 기업과 노동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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