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의식 (5) 결혼 후 독립선언.. 신혼여행 다녀오니 13만원이 전부

박용미 2022. 1. 13. 03: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성서침례신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포스터 선교사님께서는 군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석·박사학위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다니도록 해줄 테니 유학 준비를 하라고 권면하셨다.

장로교회 출신이었던 나로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남노회장까지 역임하셨던 아버지는 "어떻게 부자간에 장로교와 침례교로 나뉠 수 있겠냐. 네가 그렇게 좋다 하는 복음을 장로교회에 와서 전하면 되지 않느냐"고 눈물로 권면하셨다.

나는 1981년 3월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일반 학생으로 입학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대원 입학 후 약대 출신 아내와 혼인
'원어 성경' 갖고 싶어 새벽마다 기도
땅에 떨어진 돈 주워 세어보니 딱 책값
김의식(왼쪽) 목사와 문채성 사모가 1981년 광주제일교회에서 결혼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 목사와 문 사모는 가난한 신혼생활 중에도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성서침례신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포스터 선교사님께서는 군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석·박사학위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다니도록 해줄 테니 유학 준비를 하라고 권면하셨다. 장로교회 출신이었던 나로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남노회장까지 역임하셨던 아버지는 “어떻게 부자간에 장로교와 침례교로 나뉠 수 있겠냐. 네가 그렇게 좋다 하는 복음을 장로교회에 와서 전하면 되지 않느냐”고 눈물로 권면하셨다. 그래서 나는 장신대 신대원 한경직 목사님 특별장학생 선발시험에 응시했다. 그때 장신대 교무과에 매형의 매형이 되시는 권길웅 장로님이 교무과장으로 있어서 시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시험으로는 2등이었는 데도 최종 결과는 탈락으로 나왔다. 그것을 보고 권 장로님이 연락을 주셔서 총회장을 지내신 한완석 광주제일교회 목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한 목사님은 바쁜 와중에도 그날 밤 아버지와 함께 야간열차로 서울로 올라오셔서 다음 날 이종성 학장님을 만나셨다. 그때 이 학장님은 병역 미필을 탈락 이유로 내세우셨다. 그런데 그 후에 보니까 병역 미필자가 계속 한경직 목사님 특별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렇게 장신대와 쓰라린 만남은 시작됐다. 나는 1981년 3월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일반 학생으로 입학했다.

그해 3월 21일 이대 약대를 졸업한 아내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할 때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부모님, 결혼하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살겠습니다”라고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난생처음 해보는 고생길에 접어들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수중에 13만원이 남았다. 군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 갑작스럽게 가난해지고 나니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신대원 공부를 시작하고 히브리어, 헬라어를 배우면서 ‘히브리어·헬라어 원어성경’(The Interlinear Bible)이 너무 갖고 싶었다. 전 4권으로 당시 2만원이었다. 그래서 새벽마다 기도했다. 어느 날 오전 10시쯤 혼인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갔을 때 기적의 응답이 일어났다. 입구에 막 들어서는데 오른쪽 바닥에 5000원짜리가 구겨져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가. 그 순간 다른 사람이 먼저 집을까 봐 몸을 날렸다. 그러나 전도사 양심에 도저히 그냥 주머니에 넣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 안 보이게 돈을 손에 움켜쥐고 제발 주인이 안 나타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외쳤다. “여기 돈 잃어버린 사람 있어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한 번만 묻기가 아쉬워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주머니에 5000원짜리 구겨진 돈을 집어넣었다. 혼인신고를 마치자마자 동사무소에서 나와 골목으로 들어섰다. 구겨진 돈을 펴서 확인했는데 한 장이 아니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딱 2만원이었다.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도 교회 목양실 한쪽에 놓인 4권의 원어성경을 볼 때마다 40년 전 기억이 생생하다. “저 성경은 주님이 선물로 주신 성경이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