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현지 선교사로 아이들 돌본다.. 20여년을 자비량으로 필리핀 학교·교회 지원

박용미 2022. 1. 13. 03: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들어가면 가모티스라는 섬이 나온다.

2008년에는 학교 안에 교회도 개척했다.

부부가 매년 3~4회씩 필리핀을 찾아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핀 결과 학교는 현재 학생 643명, 교직원 40명으로 성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함영용 총신대 교수 부부
함영용(앞줄 왼쪽 세 번째) 총신대 교수·이석재(네 번째) 권사 부부가 2019년 필리핀 가모티스 힐사이드 아카데미에서 졸업생 및 교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함영용 교수 제공


필리핀 세부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들어가면 가모티스라는 섬이 나온다. 인구 12만명 남짓으로 개발이 안 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인근 큰 도시로 나가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곳이다. 이런 작은 섬에 최신 시설을 갖춘 학교가 있다. 설립자는 함영용(65) 총신대 교수·이석재(60) 권사 부부로 이들은 20년 넘게 가모티스에 사랑을 뿌리고 있다.

부부가 가모티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의 일이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섬을 방문했다가 낙후된 학교를 보고 결심이 섰다. 11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부부는 “아이들이 닭장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고, 교사들은 몇 대 안 되는 16비트 컴퓨터를 도둑이 훔쳐갈까 봐 컴퓨터실에 자물쇠를 3개나 걸어놨더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로 여기가 우리가 학교를 세울 곳’이라고 비전을 나눴다”고 말했다.

학교 건축은 부부의 오랜 꿈이었다. 부부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고 기회가 되면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에 학교를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땅을 사고 건축비에 인건비까지 감당하기 위해 매번 대출을 받았다. 이 권사는 “물질이 넘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월급을 모두 필리핀에 보내면서도 아까워하지 않는 마음과 필요를 매번 채워주시는 은혜를 하나님께서 주셨다”고 말했다.

부부의 헌신으로 2003년 5월 ‘가모티스 힐사이드 아카데미’가 세워졌다. 총 5개의 건물에 유치원, 초등학교, 주니어 하이스쿨, 시니어 하이스쿨이 들어섰으며 운동장, 실험실, 야외무대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정규 수업 외에 일주일에 4차례 성경공부를 진행한다. 2008년에는 학교 안에 교회도 개척했다. 부부가 매년 3~4회씩 필리핀을 찾아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핀 결과 학교는 현재 학생 643명, 교직원 40명으로 성장했다.

함 교수는 “아이들이 ‘닥터 함과 마담 리’의 삶을 보며 ‘이런 것이 복음이구나’를 깨닫고, 졸업 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을 때 하나님의 은혜를 떠올린다면 우리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선교사의 꿈을 꾸고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주는 모습을 보며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은퇴를 앞둔 함 교수는 이 권사와 함께 현지로 거처를 옮겨 풀타임 선교사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부부는 이제야 ‘반쪽짜리’ 선교사에서 진짜 선교사가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월급이 없으니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과 학교를 이어받을 후임자를 찾는 것이 기도제목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학교’인 만큼 그동안 신실하셨던 하나님께서 책임져주실 줄 믿고 나아갑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