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모케어와 문케어

정종훈 입력 2022. 1. 13. 00:23 수정 2022. 1. 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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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정책팀 기자

매일 1정 복용. 한 알당 가격 1800~ 2000원. 가임 여성은 접촉 금지.

이 약이 뭔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탈모인일 가능성이 높다. 약 이름은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국내 탈모 인구는 정확히 집계된 바 없지만, 약 1000만 명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2030 탈모인은 머리카락에 더 민감하다. 외모도 경쟁인 시대, 풍성한 머리는 재력으로도 얻기 어려워서일까. ‘대머리=강한 남성’이란 명제도 ‘라떼’가 된 지 오래다. ‘탈밍아웃’(탈모 고백) 첫 단계인 피부과 진료를 망설인 것도 잠시, 약 처방에 의존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시기를 놓치면 가발을 쓰거나, 모발 이식에 뛰어든다. 굵기 0.1㎜의 단백질을 지키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탈모인들이 연초부터 술렁인다. 여당 대통령 후보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약속 때문이다.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세심한 문구에 무릎을 탁 친다. 지금껏 아무도 그들의 남모를 아픔을 정책으로 어루만진 적 없었으니. 이 후보 말처럼 “신체의 완전성”은 진지한 문제니까.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판매 중인 탈모 치료제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성공한 정책이 되진 않는다. 복잡한 의료 체계를 떠받치는 건보는 더 그렇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그래서 ‘모(毛)케어’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취임 후 강력하게 추진한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떠오른다.

2017년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약 31조원을 투입해 건보 보장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 모두가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공개된 2020년 보장률은 65.3%다. 2016년 62.6%보다 올랐다지만 목표치는 아득하다. 제도의 틈을 파고든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모든 질병의 필수 치료를 보장하지도 못한다. 고가 항암제 등의 건보 적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은 오늘도 이어진다. 일부 환자에겐 희망 고문일 뿐이다.

국민 생명을 지킨다는 문케어도 이럴진대, 머리카락 지키겠단 모케어는 어떨까. 이미 현실성을 놓고 반박이 쏟아진다. 탈모 후보군도 기대하게 할 만큼 파괴력이 크지만, 휘발성도 강할 것이다. 이 후보가 당선돼도 다른 정책에 밀려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최소 수백만 원인 모발 이식까지 다 챙기는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탈모인은 불안하다. 엉겁결에 무대에 섰지만 “이럴 거면 성형도 건보로 챙겨라”는 비아냥에 또 다른 상처만 받고 끝나는 건 아닐까. 가슴 설레게 하는 공약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정종훈 사회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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