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km라더니 1000km 비행..군, 300km 탐지 실패 가능성

정영교 입력 2022. 1. 13. 00:10 수정 2022. 1. 13. 06: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서 모니터를 바라 보며 웃고 있다. 동행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맨 왼쪽) 등이 발사 성공에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진행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대성공’이라고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거리 600㎞ 계선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해 초기 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으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발사 후 600㎞ 지점에서 활공비행체(HGV)가 분리돼 요격 미사일을 회피하는 240㎞의 활강 기동을 한 뒤 1000㎞ 밖 목표물에 명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날 군 당국이 밝힌 비행거리 700여㎞와는 차이가 있는 반면, 일본 방위성이 예상 탄착지점 등을 표기해 공개한 사격 약도와는 거의 일치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미사일이 700㎞ 비행 이후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에서 더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은 특히 “시험발사는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언급, 실전 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과 지난 5일에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다가 이날 참관한 것도 극초음속미사일이 사실상 완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화성-8형’과 달리 원뿔형 활공비행체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올해 극초음속미사일 실전 배치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보도를 보면 아주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만큼 자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활공비행체는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과 같은 원뿔형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은 날렵한 글라이더형이었다.

11일 발사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 위원장은 모니터 4개가 설치된 전용 차량 안에서 망원경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모니터 화면에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통해 수신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비행 궤적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의 신무기 시험발사 현장 동행은 이례적이다. 김 부부장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함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김 위원장 옆에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에 앞서 국방과학원 원장의 보고를 받은 후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인 성업에서 계속 훌륭한 성과들을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는데, 이 중 하나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뉴스1]

나머지는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인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이와 관련된 각종 시험을 공개 또는 비공개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은 전날 발사한 미사일의 속도가 최대 마하 10 내외라고 탐지했지만, 이는 상승 단계에서 정점 고도를 찍을 때까지의 속도일 뿐 1단 분리 후 하강 단계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의 특성인 마하 5 이상의 속도가 유지됐는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의 속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군 당국이 후반 변칙기동 부분을 제대로 탐지 식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지가 오히려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쯤(현지시간)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주 등의 국제공항과 소규모 공항의 모든 항공기에 대해 ‘지상 정지(ground stop)’ 명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쯤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즈음이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27분쯤 미사일을 발사했다.

백악관 “유엔안보리 제재 위반”

이와 관련, 백악관은 비행금지가 예비조치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명령은) 15분간이었으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이뤄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많은 도구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북한의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어떤 것도 예단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정영교·김홍범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