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味 당기는 이색 '남도의 맛'
현지에서만 맛보는 낙지팥죽
입에서 살살 녹는 나로도 삼치회
청정바다를 끼고 있는 전남 고흥은 남도를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다. 참장어, 낙지, 매생이, 유자, 삼치, 전어, 서대, 붕장어, 굴 등 9미(味)를 자랑한다.
이 가운데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진가를 발휘하는 식재료가 ‘고흥 굴’이다. 수심이 얕고 유기물이 풍부한 바다에서 생산된다. 갯벌 위에서 수하식으로 양식하는데 1년 이하의 생육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알이 작고 피막이 얇아 부드럽다. 영양분은 물론 맛과 향이 뛰어나다.
알알이 영양과 맛이 가득 들어찬 고흥 굴은 생굴·구이·찜·전·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지만 그중 꼭 맛봐야 할 음식이 ‘고흥의 진미’ 피굴이다. 껍데기째 삶아서 깐 알굴과 삶은 물에 파, 깨 등을 고명으로 얹어서 먹는, 이색적인 고흥 먹거리 중 하나이다. 굴향 가득한 시원한 국물과 고흥 굴 본연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요리로, 고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현지 사람들은 겨울부터 초봄까지 주로 먹었다고 한다.
피굴은 통영의 큰 굴이나 백령도의 석화굴이 아니라 갯벌에 들고 나는 바닷물에 단련된 적당한 크기의 굴로 만든다. 갯벌에 박아 놓은 나뭇가지에 굴 유생이 붙어 자라다가 갯벌에 떨어져 자란 굴인데 향이 강하고 살이 단단하다. 갯벌에서 굴을 캐서 뭍으로 가져와 깨끗하게 씻는다. 피굴을 만드는 굴은 특히 여러 번 씻어야 한다.
낙지팥죽도 고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이름 그대로 낙지와 팥으로 쑨 죽이다. 팥을 약 2시간 삶은 뒤 불린 찹쌀과 따로 삶은 낙지를 넣어 함께 곤 보양식이다. 불그레한 팥죽에 빠진 쫄깃한 낙지 살이 씹는 맛을 더한다. 고흥에 직접 가지 않고서는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향토음식인데 현지에서도 파는 가게가 많지 않다.
고흥 나로도의 유명 먹거리는 삼치다. 이곳 사람들은 신맛이 나서 ‘초어’라고 부른다. 1803년 김려가 지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나로도가 삼치의 본거지로 언급된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로도항에 삼치 파시가 열렸다. 덕분에 전기와 수도시설이 들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70년대를 거쳐 80년대까지 나로도항은 삼치 배들로 넘쳐났다. 삼치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식성 탓에 그물에 올라온 삼치는 모두 상자에 담겨 일본으로 실려 갔다. 생산량이 줄면서 과거와 같은 영화는 누리지 못하지만, 나로도 삼치의 명성은 여전하다.
구이로 먹는 일반 삼치는 길이가 30∼50㎝이지만, 나로도에선 삼치 축에도 끼지 못한다. 큰 것은 길이가 1m가 넘는 것도 있다. 무게도 5㎏은 돼야 삼치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오른다. 삼치는 활어회로 먹기보다 선어회로 즐겨 먹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도 그만이지만, 김이나 묵은지에 싸거나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맛이 부드럽고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한 삼치는 지방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이어서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매생이는 조류가 완만하면서 맑고 청정한 바다에서만 생산되는 겨울철 무공해 식품이다. 파래처럼 생긴 녹조류 중 하나로 짙은 녹색을 띠는데 길이는 15㎝, 굵기는 2~5㎜ 정도다.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한국에서는 고흥 강진 완도 등에서 자라는 남해안 특산물이다. 철분 칼륨 칼슘 등이 풍부해 빈혈에 도움을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주로 겨울철에 채취한다. 11월에서 3월까지가 제철이다. 매생이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매생잇국과 매생이죽, 매생이전 등이 있다. 겨울철 매생이를 굴과 함께 끓여 먹으면 한겨울 추위도 물리칠 만큼 웰빙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남도지방에는 ‘미운 사위에 매생잇국 준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아 모르고 먹다가 입안에 온통 화상을 입기가 쉽기 때문이다.
장어탕도 빼놓을 수 없는 보양식이다. 특히 고흥 앞바다에서 잡히는 붕장어(아나고)는 쫄깃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겨울에 잡히는 붕장어는 기름지고 구수하다.
드넓게 펼쳐진 고흥 앞바다 갯벌에서 많이 잡히는 고흥 꼬막은 다른 꼬막에 비해 알이 크고 검은빛을 낸다. 고단백 저칼로리의 알칼리 식품인 꼬막은 영양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소화 흡수가 잘돼 어린이들 성장이나 병후 회복식으로 좋다.
고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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