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완성해가는 장위뉴타운 "재개발 시급" 해제구역 6곳도 나섰다

정다운 2022. 1. 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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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 (윤관식 기자)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꼽혔다가 정비구역 절반이 해제돼 ‘반쪽짜리 뉴타운’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장위뉴타운이 활기를 되찾았다. 해제됐던 구역을 중심으로 개발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덕분이다. 조합설립을 앞두거나 신속통합기획, 도심주택공공사업 등을 통해 공공과 손잡는 등 저마다 개발 청사진을 확보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186만7000㎡의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최대’ 규모 뉴타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뉴타운을 밀고 가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그렇게 2014년 장위12구역을 시작으로 사업을 취소하는 곳이 줄을 이었고, 8·9·11·13·15구역까지 6곳이 뉴타운 사업을 접게 됐다. 한때 서울 최대 뉴타운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위뉴타운 대지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겨우 유지했다.

재개발 사업을 먼저 마친 구역에는 잇따라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이미 2구역 ‘꿈의숲코오롱하늘채(2017년 10월 입주)’, 1구역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2019년 6월 입주)’, 5구역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2019년 9월 입주)’가 입주를 마쳤고 7구역 ‘꿈의숲아이파크(총 1703가구)’는 2020년 말 공사를 마치고 입주했다. 아직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구역도 관리처분인가, 사업시행인가 등을 받아두거나 최소 조합설립인가를 마쳤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가장 최근 입주한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59㎡는 지난해 11월 10억4000만원(2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앞서 지난해 6월 신고가(11억원)보다는 가격이 빠졌지만 2년 전인 2019년 11월만 해도 7억~8억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최근에는 10억5000만~1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가격이 급등하자 이번에는 구역에서 해제된 곳의 주민 불만이 생겼다. 뉴타운 사업을 끝까지 추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낡은 주택 주변에 17~32층에 달하는 고층 새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아갈수록 이미 좌초된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15구역 조합설립 ‘눈앞’

▷해제구역 신통·공공 개발 재도전

하지만 최근 장위뉴타운 해제구역 중 신속통합기획, 도심주택공공사업에 도전하는 곳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장위15구역은 최근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현재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15구역은 조합인가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전체 소유주의 75% 이상)을 넘겨 90%에 육박하는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다. 15구역 추진위는 올 초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촉진계획 변경 준비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15구역은 2018년 5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지난해 1월 서울시를 상대로 한 정비구역 해제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사업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 15구역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 인근 역세권 단지로 재개발이 완료되면 2464가구 규모 대단지가 들어선다.

8·9구역은 지난해 3월 공공 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공 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사업성이 높아지고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9구역(8만5878㎡)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위한 주민 동의율 69.4%를 확보하면서 기준 동의율(66.7%) 요건을 채웠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LH는 9구역의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8구역(11만6402㎡)도 올 1월 동의율 기준을 충족했다. 8구역과 9구역에는 각각 2587가구와 2300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다.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12구역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6차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사업 물꼬가 트였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기존 민간 사업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웠던 역세권, 준공업 지역, 저층 주거지에 LH, SH공사 등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 재개발과 비슷하지만 공공 재개발은 사업 기간 동안 토지 소유권이 기존 토지주에게 있는 관리처분 방식이고,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공에 넘기는 토지 납입 방식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에 도전했다가 후보지로 낙점받지 못한 곳도 있기는 하다.

11구역은 지난해 9월 주민 동의율 68.2%를 달성해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공모 신청을 접수했다. 13구역도 10월 주민 동의율 46.7%를 얻어 공모 신청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 2개 구역은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한 차례 고배는 마셨지만 11·13구역은 공공 재개발과 신속통합기획을 놓고 다시 한 번 저울질을 하느라 분주하다.

이들 구역은 공공 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를 검토 중이다. 공공 주도 사업 중 후보지 모집(오는 2월 28일 마감)이 가장 빨라서다. 11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열망이 높은 데다 민간(신속통합기획)이든 공공(공공 재개발)이든 주민에게 불리한 점이 없다고 본다”며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워낙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정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내놓을 때마다 응모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구역마다 방식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장위동 일대 개발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 개발을 마치고 나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업계는 어느 구역이든 일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나머지 구역 전체에도 개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찬성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11구역을 여러 구역으로 쪼개 이른바 ‘미니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한 구역은 지난 1년 반 동안 주민 동의율 78%를 채웠는데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 주민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인 8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구역과는 별도로 15-1구역 역시 아파트 3개동 206가구를 짓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며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한 상태다.

재개발까지 걸림돌도 남아 있다. 13구역에서는 쪼개져 나온 일부 구역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최근 13구역 전체 재개발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다만 신축 빌라가 크게 늘어난 탓에 이를 허물고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구역의 경우 일찍이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주까지 마쳤으나 사랑제일교회 철거 지연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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