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진 푸틴 외교..긴장감·예측 불가능성 최대 활용

박용하 기자 입력 2022. 1. 1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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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러, 제네바 회담 하루 만에 우크라 접경지서 군사 훈련 재개
“안보 위기 만들며 ‘나토 확장’을 워싱턴 이슈로 올려” 분석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과 담판을 벌인 러시아가 회담 종료 하루 만에 접경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재개했다. 협상이 교착되자 다시 긴장을 고조시키며 미국을 압박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과 예측 불가능성을 이용해 성과를 최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탱크 등 기계화 부대를 포함한 3000여명의 병력이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을 포함한 러시아 서부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서부군사령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 인근의 보로네즈와 벨고로드, 브랸스크, 스몰렌스크 등의 지역에서 진행되며 전차와 전투차량 등 300여대의 장비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훈련 소식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간의 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서구 외신들은 러시아가 군사적 압력을 아직 완화할 의도가 없음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차관도 “(미국이 원하는 것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한편으로 제네바 협상에서 내건 요구와 관련해 미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에 “미국 대표단이 지도부에 협상 결과에 대해 보고하고 다음주 러시아 측에 문서 형태로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워싱턴의 신속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공은 여전히 미국 측에 있다”고 압박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 등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진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겠다고 문서로 약속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 국가도 나토 가입을 원하는 국가를 막아선 안 된다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훈련을 재개한 러시아에 대해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이번 회담을 ‘외교가 통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삼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를 강요하면서 한편으로 군사 훈련을 재개하는 것을 보면 진지하게 외교에 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명확한 방향성 없이 불확실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적 긴장과 예측 불가능성을 이용해 높은 성과를 얻은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푸틴은 미국의 의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새로운 안보 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이 문제(나토 확장)를 워싱턴의 최우선 이슈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현시점에서 미국과의 회담 성사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담해진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기꺼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냉전 시대의 베테랑인 바이든의 경우 다른 젊은 정치인들과 달리 러시아와의 ‘힘의 외교’를 존중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여부를 아직 명확히 결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의 결정은 향후 두 차례 더 남은 회담 뒤 윤곽이 잡힐 것이란 의미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와 후속 협상을 갖고, 13일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회담을 연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나토와의 회담을 앞두고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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