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속 다도해 기암절경.. 비단처럼 나부끼다

남호철 2022. 1. 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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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발걸음.. 전남 고흥
옛날 중국 상인들이 이 섬 앞바다를 지나다니면서 '바람에 펄럭이는 낡은(老) 비단(羅) 같은 섬'이라고 불렀단다. 그래서 나로도가 됐다고 한다. 나로도는 전남 고흥반도에서 25㎞ 떨어진 해상에 있는 섬이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나뉘는데 연륙교와 연도교로 이어져 드넓은 바다로 뻗어가는 모양새다.

전남 고흥군 동일면 나로도 섭정마을 앞바다 형제섬 사이로 저무는 해가 주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형제섬은 뒤로 다른 섬들에 둘러싸여 입체적 풍광을 자랑하지만 조선 시대 유배된 사촌 형제의 애잔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곳은 큰 관심을 모았다. 아쉽게 최종 미션에는 실패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누리호’(KSLV-II) 발사가 나로우주센터에서 있었다. 올해도 다양한 우주 미션들이 기다리고 있다. ‘누리호’ 2차 발사와 첫 우주탐사를 위한 ‘한국형 달 궤도선’(KPLO), 나노위성 ‘도요샛’,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7호’가 발사된다.
나로우주센터에 우뚝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모형.


나로도는 섬 모퉁이와 절벽, 갯바위에 이르기까지 기암괴석과 파스텔 톤의 바다 빛깔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인다. 크고 작은 섬 사이로 지는 해와 온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아름답다.

동일면 나로도 섭정마을에 석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섬이 있다. 형제섬이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매섬을 닮았다. 크기는 좀 작지만 뒤로 섬들이 둘러싸고 있어 풍광은 더 입체적이다. 해변의 모래는 곱고 단단하다. 물이 빠지면 걸어갈 수도 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애잔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조선 20대 경종 때 소론이 노론을 숙청한 신임사화 당시 노론의 대신이었던 좌의정 이건명이 형제섬 인근에 유배됐다. 그는 형제섬이 썰물 때 육지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이입해 언젠가 사면될 거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60세에 참형 당했다. 노론 대신이었던 사촌 이이명도 남해에 유배됐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두 개의 섬이 사촌 형제가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형제섬’이라 불리게 됐다.

포두면에 있는 마복산(馬伏山)은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조선 영조 33년(1757)에 전국 각 군현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에는 마북산(馬北山)으로 표기돼 있는데, 1917년 일제강점기에 마복산으로 바뀌었다.

마복산 정상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일망무제 풍경.


535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산중턱에 조각처럼 매달린 기암괴석이 절경이다. 해재에서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조선바위와 병사바위로 이름지어진 거대한 바위 군상을 만난다. 능선과 골짜기마다 말 근육처럼 매끈하고 힘이 넘치는 바위가 쌓이고 널렸다. 바윗덩어리 하나하나가 자연의 예술품이다.

큰 바위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은 작은 바위는 굴러떨어질 듯 위태하고, 내산마을 쪽에 사모바위처럼 솟은 바위는 당당하고 우람하다. 그 너머로 해창만 들판이 드넓게 펼쳐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투구바위, 마복송으로 불리는 반송 등 볼거리가 늘려 있다. 정상에는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설치한 봉수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남녘의 바다와 수많은 섬 등 일망무제의 풍경이 숨을 멎게 할 만큼 환상적이다.

소를 닮은 섬도 있다. 득량만의 우도(牛島)다. 고려 말 섬에 처음 들어와 살던 황씨가 지형을 살펴보다 소의 머리 형상을 한 대형 암석을 발견하고 ‘소섬’ 혹은 ‘쇠섬’으로 부른 게 시작이었다고 전한다. 섬에 대나무가 많아 한때 우죽도(牛竹島)라 불렸다. 고흥군이 추진한 ‘관광테마의 섬’ 개발사업 이후 ‘가족의 섬’으로 불린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리는 우도로 가는 길.


우도는 고흥의 섬 중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섬으로 향하는 바닷길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열린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섬까지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1㎞ 남짓 거리다.

여행메모
형제섬 농원 펜션 무료 주차·5분 소요
나로도항 삼치거리·녹동항 장어거리

남해고속도로 고흥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KTX를 타고 순천역에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면 고흥읍내까지 30여분 소요된다. 고흥읍내에서 나로도를 가려면 40여분 걸린다.

해재는 마복산 북쪽 차동리 내산마을에서 오른다. 차량으로 약 4㎞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면 해발 300m 고갯마루(해재)에 닿는다.

형제섬은 바로 앞 형제섬농원펜션에 주차하고 5분쯤 걸어가면 된다. 입구에 '편안하게 주차하고 구경하고 가라'는 안내판이 반갑다. 물이 빠져야 섬에 다가갈 수 있다.

나로도항에 음식점이 몰려 있다. 이곳에 '삼치요리거리'가 조성돼 있다. 녹동장어거리도 음식특화거리다. 고흥은 '불노초'의 고장으로 불린다. 석류의 붉은색, 유자의 노란색, 참다래의 초록색이다.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에는 아담한 미술관이 3곳 있다. 남포미술관과 연홍미술관, 도화헌미술관이다. 슬픔과 애환이 서려 있는 '사슴 닮은 섬' 소록도, 외국인 선수들을 박치기 한방에 쓰러뜨리던 프로레슬링의 전설 김일의 고향인 거금도에 김일체육관도 있다. 팔영산 편백나무숲, 해창만, 남열해안도로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고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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