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실종자 수색 난항..지난해 학동 참사 악몽
건축 전문가들 '부실시공' 원인 분석..콘크리트 완전 굳지 않아 하중 못 버틴 듯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신축 중인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물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째인 12일에도 실종된 6명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시민들은 지난해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같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1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컨테이너 가건물에 갇힌 2명은 출동한 소방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작업자 6명이 연락이 되지 않아 수색 작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추가 붕괴의 위험에 오후 7시께 중단됐고,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재개됐다.
그마저도 외부는 붕괴의 위험에 구조대가 직접 투입되지 못한 채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확인만 가능했다.
실내는 일부 수색이 가능하다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수색견 6마리와 핸들러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색견이 자리에 맴도는 등 이상반응을 보여 정밀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실종자 6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수색 당국은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 이날 오후 6시40분께 수색을 중단했다.
당국은 현재 타워크레인이 20도가량 기울어져 있어 추가 붕괴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울어진 크레인을 안전하게 해체해야 구조대원이 건물로 투입돼 본격적인 수색이 가능하다.
전체가 아닌 부분 해체로 실시되며 붐대, 조종실, 상부 마스트의 일부만 해체해 옹벽을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해체에 필요한 다른 크레인을 들여와야 되고, 이를 조립하는 데만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날과 같은 수색은 계속 진행되겠지만 구조대가 투입돼 본격적인 수색은 빨라야 17일부터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번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 38층부터 23층까지 외벽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두고 굳히는 ‘양생’ 작업이 돼야 하는데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인 갱폼의 무게를 하층부가 지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강행을 했다는 목격자가 나오기도 했다. 오는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어 완공 일자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공사 진행 상황과 남은 날짜를 보면 그렇게 무리하게 진행해야 될 만큼 촉박한 시간이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참사의 시공사이라는 점에서 시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학동참사 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대산업개발을 광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학동참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광주에서 또다시 건설 중인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그것도 학동참사의 주범인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 비리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건설 자본의 이익을 배려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또 다시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난 후 현대산업개발의 대처도 분노에 불씨를 지폈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이날 현장을 찾았지만 한 장짜리 사과문이 전부였고 자리를 떴다.
이에 대해 이용섭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참 나쁜 기업이다”고 질타했으며 광주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공사에 대해 중지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사 책임자인 시공사에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광주시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과만 하고 책임은 없다는 현대산업개발이 응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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