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무산 위기..경쟁력 약화 우려

이휘경 입력 2022. 1.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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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휘경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불승인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AFP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EU 경쟁당국이 현재 진행 중인 두 기업의 결합 심사를 불승인으로 이미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고객사들이 포진한 곳으로, EU 경쟁당국은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에 대한 심사를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유럽은 이번 인수에서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2019년 3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체결한 본계약이 유럽을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터라 유럽에서 불승인이 나오면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고, EU와 일본, 한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EU가 승인을 불허하면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은 인수가 불발된 것으로 보고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U가 두 기업의 결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독점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의 분야에서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다만 현재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도래로 호황을 맞고 있어 인수 불발이 두 회사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이나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무리하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인수 주체인 한국조선해양이 받는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면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천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또 필요하면 1조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애초 투입하기로 한 1조5천억원가량의 자금을 신성장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불발되면 1조5천억원을 지원받지 못해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부담도 추가된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 산업은행은 자국 조선사 간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조선시장은 자국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규모를 키우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2020년 말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인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JMU)가 손을 잡고 합작사 '니혼 십야드'(NSY)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합병 불발이 확정될 경우 산업은행으로선 원점으로 돌아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과반(55.7%)을 보유한 지배주주다.

EU의 기업결합 심사 무산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심사 요청도 철회 수순을 밟게 되며,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계약도 해제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사업전략이나 과거 인수·합병 행보를 토대로 포스코, 한화, 효성, SM그룹 등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 조선업의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EU의 승인 거부 가능성에 대해 "심사 중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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