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 대성공", 김정은 직접 참관했다

정영교 2022. 1. 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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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현장에서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2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서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지 불과 1년 만에 '대성공'을 발표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낮은 속도에서 음속의 5배 이상인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목표로 향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상하·좌우로 회피 기동이 가능해 현존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로 요격이 불가능한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전략무기다.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이날 발사를 "최종 시험 발사"로 발표했다. 이게 사실일 경우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 배치는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선 손뼉 치며 환호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현장 방문은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테킴스 시험사격을 참관한 이후 661일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휘차량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 급상승·급선회 현란한 기동


북한이 이날 공개한 극초음속미사일을 사진으로 보면 지난 5일에 발사한 기동식 재진입체(MARV)와 같은 기종인 원뿔형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 발사한 '화성-8형'에 날렵한 글라이더형의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탄두부에 달았는데 이와는 모양이 다르다.

노동신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거리 600㎞ 계산에서부터 활공 재도약(하강 중 급상승을 뜻하는 풀업 기동)했다"며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방향으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하여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11일 발사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제한적이지만 활공이 가능하도록 고도화된 기동형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올해 극초음속 미사일 실전 배치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보도를 보면 아주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만큼 자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거리 1000㎞ 정도의 추력을 가진 미사일이 상승할 경우 마하 10 정도 속도가 나오며, 마하 7~8로 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러 극초음속 클럽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중국·러시아 등 초강대국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차세대 전략무기다. 미국은 미사일의 속도를 마하 5 이상으로 만든 뒤 2023년 전력화할 계획이다.
중국 CCTV는 지난해 8월 24일 마하 30의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JF-22 풍동이 내년 완공된다고 보도했다. [CCTV 캡쳐]

중국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한 번씩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러시아는 2019년 최대속도 마하 20의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했다. 2020년에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치르콘의 시험발사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이날 "제8차대회가 제시한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의 핵심5대과업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의의를 가지는 극초음속무기개발부문에서 대성공을 이룩했다"고 밝혔는데, 북한의 이날 '대성공' 발표는 이들 강국 클럽에 북한도 들어가겠다는 신호다.


군 '700㎞'라더니 북한 '1000㎞ 명중'…궤적 놓쳤나


북한 매체들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지휘 차량에 장착된 모니터 화면에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통해 수신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비행 궤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가운데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빨간 동그라미)도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당초 한국군 당국이 지난 5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놓고 '과장'이라고 평가절하하자 군사정보인 궤적까지 공개하며 '1000㎞ 표적 명중'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날 발표한 사거리 1000㎞는 전날 합동참모본부가 탐지했다고 밝힌 '사거리 700km 이상'과 차이가 난다. 이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변칙으로 기동하면서 지구 곡면 등의 영향으로 한국군 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군은 앞서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와 속도가 과장됐다며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능력이 무섭게 진전되는 상황에서 군이 평가절하에 앞장선 꼴이 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북한의 위협에 가장 민감해야 할 한국 정부가 더 담담한 모양새를 보이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등 6개국은 북한의 지난 5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여러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이번 6개국 성명에서도 빠졌다.

정영교·김홍범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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