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명 탄압" 논란.."송영길 리스크" 불만 터져나왔다
12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리스크’ 에 대한 우려가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전날 송 대표가 MBC에 출연해 “민주당 대표가 송영길로 바뀌었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며 “(이 후보가) 기소돼서 죽을 뻔했지 않느냐”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이 후보가 이날 기자들에게 “약간 (선을) 넘은 것 같다. 적절히 이해해주면”이라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당내 불만은 송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크게 번졌다.
안 그래도 ‘송영길 원톱’ 선대위가 마뜩잖은 당내 친문 진영 의원들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이낙연 전 대표 시절 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송영길 대표는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한번은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실언은 실수가 아니다. 그동안 당의 단합을 위해 말을 아꼈지만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니, 도대체 이런 왜곡이 어디 있나”라며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텐데,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과 같은 시기 함께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던 신동근 의원도 잠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대표의 뜬금없는 발언은 당의 단결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이준석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우리 민주당까지 당 대표 리스크를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적었다.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이들만 ‘송영길 리스크’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한 의원들은 계파를 막론하고 “발언이 보통 센 것이 아니다”(수도권 중진), “이대로 가면 당이 쪼개진다”(원내 핵심), “스스로 자제했으면 좋겠다”(지방 중진)라고 우려했다.
이른 아침부터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도 ‘이런 식으로는 당 대표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친문뿐 아니라 민평련계 중진 의원 등이 내부적으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새벽부터 불쾌감을 표출한 의원이 많았다. 적절한 차별화와 긴장감은 득이 되지만 이렇게 되면 분열로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은 전날 송 대표의 '탄압'발언에 대해 “아연실색이다. 나도 대통령을 모셨지만 대통령님은 특정 누구를 탄압하는 성정이 아니다. 내부를 분열시키는 이같은 발언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원팀 기조'로 이 후보를 돕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혁신비전회의에서 “적어도 민주당은 차별화 같은 선거전략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성취까지를 사실과 다르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은 모든 분야에서 문재인정부의 성취와 과오를 공정하게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송 대표 측은 “원래 발언 취지는 그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 대표실 핵심관계자는 “송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이재명 후보가 탄압받았다는 걸 말하려 했는데, 중간 윤 후보 부분을 생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10대 그룹 CEO들과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우리 송 대표께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이야기하다가 약간, 좀 지나친 것 같다”면서 “(선을) 약간 넘으신 것 같다. 적절히 이해해주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심새롬·윤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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