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200만원..양도소득세 유예"도대체 누구? 닮아가는 공약들

윤성민 2022. 1. 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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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안보 인사 영입 발표에서 박선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부석종 전 해군 참모총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7년에는 병사 월급 200만원 이상을 보장하겠다”,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앞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4일 국방공약을 발표하며 밝힌 내용이다. 뒤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병사 월급에 국한하면 둘의 공약이 똑같은 셈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두 후보가 공약을 차별화하기보다는 서로 앞다퉈 닮은꼴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각자 자신의 정책을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의 경우 기본소득을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연설에서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나라, 기본주택과 기본금융으로 기본적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는 진보 진영이 주로 환영하는 공약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에서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다.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다”라고 말했다. 세금을 최소화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작은 정부’는 보수가 지향하는 정부 모습이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이 후보의 ‘큰 정부론’과 정 반대다.

이렇듯 두 후보는 정책의 선명성 경쟁을 통해 각각 보수와 진보의 ‘집토끼’를 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선명성을 지우는 데 치중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중도층이라는 ‘산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김성원 경기도당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자신의 정책 상징처럼 내세웠던 기본소득에 대해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 사회에는 회피할 여지가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성장의 회복”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 “(기본소득 공약은) 도전자일 때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의 비중이 약간 조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책의 선명성은 지우는 대신 보수 진영 또는 중도층이 환영할 만한 공약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부동산세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과거엔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세를 높여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지난해 12월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공약했다. 종합부동산세에 관련해서도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분들은 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존에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라고 비판했지만, 윤 후보도 최근엔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공약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는 당선 즉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금 43조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가 50조원을 공약했는데, 비슷한 수준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 11일엔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매월 100만원의 정액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일종의 기본소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금융노조 지부 대표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2일 “선거 국면에서 쟁점은 ‘합의 쟁점’과 ‘대립 쟁점’으로 나뉜다. 합의 쟁점은 상대방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쟁점으로, 이런 쟁점은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쉽게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지금 벌어지는 유사 공약 대결은 이런 합의 쟁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립 쟁점은 상대 후보가 베끼고 따라오기 힘든, 차별화되는 거대담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나 세종 이전 공약이 그 예다. 이번 선거에서 대립 쟁점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두 후보가 철학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가 발표한 것을 윤 후보 공약으로, 윤 후보가 얘기했던 것은 이 후보가 한 것이라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정책이 난무하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면서 “단편적이고 일머리 없고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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