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선제타격, 무모하고 위험" VS 김성한 "지도자가 강력한 의지 나타내야"

김상진 2022. 1.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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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한국국방연구원(KIDA) 공동기획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

“선제타격은 무모하고 위험한 것이다.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억제 차원에서 지도자가 메시지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낼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교수)

중앙일보ㆍ한국국방연구원(KIDA) 공동 주최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디펜스 2040: 도전과 청사진’ 콘퍼런스에서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외교안보 좌장들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최근 윤 후보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을 두고서다.

중앙일보-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기획한 '디펜스 2040 : 도전과 청사진'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에 앞서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남훈 KIDA 미래전략연구위원장은 차기 정부의 국방전략으로 선제타격을 뜻하는 ‘발사의 왼편 전략’ 도입을 거론했다. 그는 “2040년까지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며 “발사 이전 단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 전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선 공약으로 불붙은 모병제와 관련해선 “현 병역제도 틀 안에서 모병제 성격을 강화해 징집 단계에서 유급 지원병을 확보하는 가칭 지원병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 서주석 청와대 안보실 1차장,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등도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김윤태 KIDA 원장은 "미래 안보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며 "도전적인 미래 국방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낡은 국방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중앙일보의 최훈 편집인은 “안보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대 로마 격언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사회로 진행한 좌담회에 이재명 캠프에선 이종석 위원과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윤석열 캠프에선 김성한 교수와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발언들.

▶이종석 위원=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를 통해 징집병을 15만 명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신 부사관(5만 명)과 군무원(5만 명)을 확대하고 민간 아웃소싱(5만명) 등을 통해 군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버리지 않고선 새로운 것을 못 한다. 눈덩이처럼 예산만 불어날뿐 스마트군이 될 수 없다. 정예 강군이 되려면 1970년대 시영 아파트처럼 열악한 낡은 숙소 등 장병의 복무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김성한 교수=당장 모병제로 가긴 어렵고 과도기적으로 징ㆍ모병 혼합제가 현실적이다. 과학기술 전문 전투요원을 중추 전력으로 키워나가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군무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병력 강화도 종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또한 국민의 기대에 맞게 병사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윤 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했다.

중앙일보-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기획한 '디펜스 2040 : 도전과 청사진'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전문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태 KIDA 원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성한 고려대학교 교수,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백승주 국민대학교 석좌교수,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노훈 전 KIDA 원장. 김경록 기자

▶김정섭 부소장=선제타격은 징후 판단이 굉장히 어렵고, 북한의 핵 보복 위험 등 위기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비스마르크는 러시아에 대한 예방전을 주장하는 독일 장군들에게 “죽음이 두려워 자살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을 생각할 때 사후 응징보복에 기반을 둔 전략이 필요하다.

▶백승주 교수=북핵, 한·미관계, 한·중관계를 중심으로 상상할 때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핵 해결’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핵이 오히려 강화된 가운데 한·미관계 악화로 미국의 핵우산이 유야무야되는 상황이다. 국방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적 해결’이란 낭만적이고 희망적인 사고에 젖어 그런 준비를 소홀히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만 해도 그렇다. 연합훈련이란 충분한 준비 없이 전작권만 갖겠다는 건 프로 선수가 평소 연습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2040년의 인프라 환경이 어떨지 고려해야 한다. 6G 통신이 상용화되면 수중 전파통신, 홀로그램 구현 등이 가능해진다. 또 저궤도 군집위성은 북한에 대한 감시 체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군이 향후 펼쳐질 이런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하면 루저(looser)가 된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구체성 없이 일단 질러보는 식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을 펴고 있다.

▶노훈 전 KIDA 원장=20년 전에는 인구절벽을 내다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20년 후 상황을 전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과학기술의 진전은 명확하지만, 국제 정세는 불확실성이 많다. 국방은 의도보다 능력에 주안을 둬야 한다.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비관적 전망으로 움직여야 한다. 민간의 반도체, 배터리 성공 사례처럼 국방에서도 군사과학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첨단 기술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중앙일보-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공동기획한 '디펜스 2040 : 도전과 청사진'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김성한 교려대학교 교수(왼쪽)와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박수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종석 위원=선제타격은 전면전을 유발할 수 있다. 선제타격하는 시설뿐 아니라 다른 곳에 핵무기가 있다면 무서운 상황을 초래한다. 그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군사적인 조치 매뉴얼과 정치 지도자가 공공연히 할 수 있는 말은 전혀 다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정세를 불안케 한다. 선제타격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것인데, (윤 후보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김성한 교수=개인 의견을 전제로, 억제 개념은 상대방의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내 능력을 길러야 하며 그것을 사용할 것인지 ‘의지(will)’를 확인하는 것이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도 의지가 없다면 상쇄 전략은 작동하지 못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이 강압하면 선제적으로 압살하겠다”고 말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런 얘기(선제타격)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 역대 정권을 보면 최고 지도자나 책임 있는 당국자의 메시지가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는 데 실패했다. (윤 후보 발언을 두고) ‘전쟁광’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발사의 왼편 전략

「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은 발사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이뤄진 미사일 비행 4단계에서 ‘발사’의 왼쪽에 있는 ‘발사준비’ 단계에서 미사일 기지나 이동식 발사대(TEL)를 선제타격해 무력화하는 것을 뜻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해 도입을 처음 검토했으며,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검토 중이다. 한국군이 추진해온 선제타격 체제인 킬 체인(Kill Chainㆍ전략목표 타격) 개념과 비슷하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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