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 17% 불과한 '면역저하자'에게 4차 접종?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2. 1. 12.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항체 주입하는 '항체치료제' 대안 떠올라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저하자에게 효과가 없는 백신을 무턱대고 자주 맞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해도 면역 반응이 충분치 못해 항체가 안 생기는 사람이 있다. 면역저하자가 대표적이다. 면역저하자는 장기 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 자가면역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 사람 등이다. 이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사망 위험이 높아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백신 접종을 해도 항체 생성률이 떨어져 정부는 백신을 '자주'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일례로 3차 접종은 기본 접종 후 3개월부터 할 수 있지만, 면역저하자는 2개월 지난 후부터 맞으라고 권고했다. 정부에서는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도 검토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에 대해 속히 결론을 내달라고 했다. 면역저하자는 2차·3차까지 접종을 해도 면역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4차 접종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저하자에게 효과가 없는 백신을 무턱대고 자주 맞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면역저하자 17%만 접종 후 항체 생성


국내 조사는 없지만, 면역저하자들의 백신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코로나 백신을 2~3회 접종한 면역저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의 환자에서만 항체가 생성됐다.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B형간염 등 백신 접종을 해도 애초에 항체가 안 생기는 사람이 있다”며 “특히 면역저하자는 면역 체계가 약화돼 있어 항원-항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데, 계속 백신 접종만 강요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mRNA 백신 효과의 지속 기간이 3개월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게 맞다면 면역저하자는 일년 내내 백신을 맞아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코로나 위험보다 백신 접종이 우선 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4차 접종은 일부 국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6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4차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향후 오미크론 백신이 개발되면 또 오미크론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항체 생성 안되는 면역저하자, 대안 찾아야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이 필수지만, 면역저하자 등 백신 접종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대안을 강구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안으로 손꼽히는 게 지난달 8일 미국 FDA에서 긴급승인한 항체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부실드’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 항체를 조합해 만드는데, 기존에는 코로나 경증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항체를 잘 못 만들어내는 면역저하자에게 항체를 인위적으로 넣어주었더니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와 ‘예방’ 목적으로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 3상 임상시험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면역이 적절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장기 이식 환자, 암 환자,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이부실드 투약을 한 결과, 코로나 발병 위험이 위약군보다 77% 줄었다. 예방 효과는 6개월 이상 지속됐다.

이에 따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개정된 지침에는 혈액암 환자에게 ‘항체치료제’를 코로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부실드는 국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사용 승인을 받은 국가는 미국 외에 프랑스, 이탈리아, 바레인 등이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안 생긴 사람이 백신을 자주 맞는다고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오랫동안 면역 저하로 고생한 환자들에게 항체치료제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방 목적의 항체치료제인 이부실드 승인과 도입에 대해 불투명한 입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지난 7일 "이부실드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 검토 중인데 구체적인 도입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라고 했다.

한편, 면역저하자인 장기이식 환자나 류마티스 질환자를 보는 의사들은 코로나 중증화율·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현재 백신 접종은 불가피하고 말했다. 면역저하자의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 여부, 중증·사망 위험 감소 정도에 대한 정확한 통계, 특히 국내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이 유일한 대안이며 이런 방침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입장이다.

-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