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은 코심의 '국립' 명칭 사용을 왜 반대하나?

장지영 2022. 1. 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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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화 이후 KBS 교부금 지속 여부 불안감으로 뿌리와 존재감 강조하는 듯
KBS교향악단 홈페이지

최근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겪고 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는 박선희 전임 대표 시절 ‘국립’ 명칭 변경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율을 하는 한편 음악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의견 청취까지 마쳤다. 음악계에선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전임 대표 시절 계획으로는 1월 중 공청회를 연 뒤 2월 중 정기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을 통해 악단 명칭을 바꾸는 것이었다.

코심이 악단 명칭을 추진한 것은 매년 운영예산의 70%를 문체부로부터 지원받는 국립 예술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코심이 민간단체에서 출발했다가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등 국립 예술단체의 음악을 맡으면서 공적 지원을 받게 된 역사와 관련 있다.

1985년 창단된 코심은 국립교향악단이 1981년 해체돼 KBS로 이관된 이후 마지막 상임지휘자였던 고(故) 홍연택이 함께 사임한 단원들과 함께 만든 오케스트라다. 민간 오케스트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코심은 19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의 공연을 전담하게 됐다. 이후 2000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된 데 이어 이듬해 재단법인이 됐다. 국립 예술단체의 작품 반주 외에 독립적인 교향악 공연 등도 하는 코심은 국고 지원이 늘면서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립 예술단체가 됐다. 이후 코심의 위상에 맞게 ‘국립’ 명칭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하지만 코심의 본격적인 ‘국립’ 명칭 추진에 KBS교향악단이 반발하고 나섰다. KBS교향악단 노동조합은 지난 7일 “문체부가 국민 공감도 형성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국립교향악단의 뿌리는 KBS교향악단에 있다”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12일 노사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하긴 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오케스트라에 ‘국립’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국립’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국격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실력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1956년 서울중앙방송국(KBS) 시절 서울방송관현악단으로 출범한 KBS교향악단은 1969년 국립극장 전속단체가 되면서 국립교향악단이 됐다. 하지만 정부 방침으로 1981년 교향악단 운영권이 KBS로 이관되면서 예전처럼 KBS교향악단이 됐다. 이 때문에 KBS교향악단 노조의 주장에 대해 클래식계에서는 “국립교향악단이 해체될 때 당시 핵심적인 지휘자와 연주자가 코심을 세운 만큼 자신들만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코심 관계자도 “새로운 명칭으로 ‘국립교향악단’이 아닌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다른 이름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KBS교향악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KBS교향악단이 코심의 ‘국립’ 명칭 사용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뿌리나 명분만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클래식계에선 예산 대부분을 KBS 교부금에 의존하는 KBS교향악단이 2026년 이후 계속 지원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본다. KBS교향악단은 2012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연간 108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합의했는데, 그 기간이 2025년까지다. KBS교향악단과 클래식계에서는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KBS교향악단을 계속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정치권에서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되는 등 KBS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KBS교향악단 역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KBS교향악단이 ‘국립’에 대한 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신들의 명분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난 11일 오케스트라 운영과 전혀 관련 없는 성악가 최정숙 씨가 코심의 신임 대표로 오면서 꼬였다. 문체부는 악화한 여론에 황희 장관과의 친분 때문에 최 씨를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클래식계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전공인 오페라 분야에서도 큰 활동을 하지 않았던 최 씨가 코심의 ‘국립’ 명칭과 관련해 KBS교향악단과 복잡다단한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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