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통합·화합에 역할 못했다" 7대 종단 오찬간담회서 시인

강태화 2022. 1.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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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7개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통합과 화합은)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정치권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며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국민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인정과 사과의 의미”라는 말이 나온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간의 격해진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양쪽 모두에 보낸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비롯해 코로나 방역,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기여한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경제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방역ㆍ보건, 군사력, 외교, 국제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G7 국가에 버금가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공인받았다”며 “여기에 오기까지 종교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나라를 근대화하고, 민주화하고, 남북의 화해를 도모하고, 국민의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데 종교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며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방역과 관련 “각 종단마다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해 법회, 예배, 미사 같은 신앙 활동을 자제해 주셨고,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며 “이번 4차 유행에서는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접종 확대를 위해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3차 접종과 관련해서도 종교계의 협조를 구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을 맡은 원행스님(대한불교조계종 충무원장)은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며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께서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답했다.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도 “대선 이후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고, 정부와 국가의 어젠다를 깊이 품고 기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남북이 생명의 안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통분모로 상호 의존성을 강화시키며 보건의료 협력과 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낙태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않은 입법 공백상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은 “촛불시민혁명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부가 기대에 부응해 잘 운영됐다”며 “남은 기간에도 성과를 보여, 다음 정부에 좋은 기반을 물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원행스님, 류영모 대표회장, 이홍정 총무, 이용훈 의장, 나상호 교정원장을 비롯해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문덕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7대 종단의 종교 지도자를 모두 초청해 가진 간담회는 이번이 네번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조계종 제공


이날 간담회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한 뒤 촉발된 불교계와의 갈등 상황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과 불교계 지도자들 모두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의 참석을 감안해 이날 오찬을 채식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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