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도 '종전선언' 내건 청와대·여당

정진우 2022. 1. 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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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은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이어 두 차례의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며 성공을 자축하고 있는데 북한 위협의 최대 당사자인 한국의 정부와 여권에선 또 종전선언이 등장하고 있다.


당·정·청 한목소리로 "종전선언 필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강한 유감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북한이 지난 6일에 이어 엿새 만에 재차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다만 대북 메시지 수위를 “강한 유감” 수준으로 조절했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 입장 역시 여전했다.

나아가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오히려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로 인한 안보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 역시 더욱 증대됐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종전선언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재차 종전선언을 요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국회의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해당 성명엔 미국·유럽·프랑스 의회에서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만 담겼는데, 정작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6개국이 10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내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여건 악화했는데 맹목적 '종전선언'


지난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미사일 발사에 앞서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 성업에서 계속 훌륭한 성과들을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개발을 ‘전쟁 억제력 강화 조치’로 정당화하는 발언이었다. 북한의 이같은 무력 도발 정당화는 종전선언 논의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한 ‘이중기준 철회’와도 맞닿아 있다. 즉 북한은 그간 미사일 개발 및 발사를 자위적 국방력 강화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비판은 이중기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이 요구한 이중기준 철회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방적 주장이며 바람직하지 않다”(지난해 10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며 선을 그어 왔다. 북한이 요구한 선결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즉 북한은 여전히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하고 있고, 한·미 양국은 북한이 요구한 선결 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등 객관적 환경은 종전선언과 거리가 멀다.


종전선언 해도 북핵 통제 어려워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종전선언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안보 위협이 증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지를 당부하는 유엔 기조연설에 나선 모습. [청와대 제공]
또 현재 추진되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가역적 선언으로, 종전선언이 채택돼도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종전선언이 채택된 이후에도 북한이 자위력을 앞세워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할 경우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건 지금과 동일하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강경한 대북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강한 안보 불안정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어떤 것도 예단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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