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매력②] 워케이션·한달살이→정착까지, 지방으로 눈 돌리는 청년들

장수정 2022. 1. 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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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캉스·한달살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
"정착 이어가기 위해선 지원 유지도 필요"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주인공 혜진(신민아 분)은 서울에서 취업이 힘들어져 떠밀리듯 공진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오지랖은 넓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두식(김선호 분)을 만나 위로를 받는다.


ⓒtvN 캡처

시청자들 또한 혜진처럼 ‘갯마을 차차차’ 속 바다 마을 공진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공진의 아름다운 풍광과 두식과 마을 사람들의 수더분한 매력이 이 드라마를 ‘힐링 드라마’로 불리게 했고, 시청률 10%를 넘나들며 크게 흥행했다.


비단 드라마에만 해당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드라마처럼 아예 시골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바캉스 개념으로 시골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예스러운 것이 오히려 세련되고 ‘힙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한적한 지방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시골과 바캉스의 합성어인 ‘촌캉스’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SNS와 유튜브에는 각종 ‘촌캉스’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지는 물론 여행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워케이션’이다.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함께 즐기는 이 방식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 한때 제주와 해외에서 한달을 살아보는 ‘한달살이’ 유행이 이제는 각 지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한달살이’를 검색하면 4.9만개 이상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유튜브에도 각종 ‘한달살이’ 브이로그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실천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대세를 이루진 않지만 하나의 취향으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 빅데이터 및 전문가 심층 인터뷰, 여행소비자 설문을 기반으로 분석해 발표한 ‘2022 국내 관광 트렌드’에 ‘한달살기(워케이션, 스터디케이션 등)’의 월평균 소셜 데이터 언급량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2021년 1월까지 보다 2021년 2월~9월까지 16%씩 증가했다. 자연관광지 내비게이션 검색 건수가 증가한 가운데, 도보여행(등산), 캠핑(차박), 힐링여행(불멍, 바다멍, 물멍), 지역 친화(워케이션, 살아보기) 등의 연관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청년들의 귀농, 귀촌 인구가 증가 추세라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2020년 귀농·귀촌 인구는 49만 4569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으며, 그중 30대 이하 귀농 가구는 1362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통계를 발표한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이유로 “청년층의 귀농·귀촌 증가는 청년농에 대한 지원, 청년 인구유입 정책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청년들에게 귀농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거나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달살이’ 열풍을 하나의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 단순히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지역 살이를 체험하게 하고, 나아가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착형 프로그램들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 정착을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곤 한다. 현재 전북 군산에서 농업과 농촌 체험지도사를 병행 중인 채정연 씨는 지난 2017년 서울에서 7년간 이어가던 직장 생활을 정리할 때 농업창업지워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고창의 농업창업지원센터에서 농업일을 배웠다. 10개월 정도 머무르면서 농업에 대한 기회를 얻었다. 적은 금액으로 교육도 받고, 농가들과 연계를 하고, 멘토-멘티 제도를 통해 실전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며 “이후 영농조합법인에 취업을 해서 지내면서 농사일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그 효과에 대해 말했다.


지금은 고향인 군산에서 농업과 강사 일을 병행하며 안정적으로 정착을 했다. 도시에서 느끼던 피로도를 해소한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다만 정착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점도 있었다. 채정연 씨는 “대체로 농업인 경영 등록하고 1년에서 3년 정도 지원을 해주게 된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 형태는 없다. 자리를 잡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에서 워케이션 서비스 기업을 운영 중인 최보연 대표는 ‘네트워크 형성’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정보가 파편화돼 집을 찾는데도 지역사회의 모든 부동산을 통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청년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장소들도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원은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플랫폼이 필요하고, 처음에는 커뮤니티 형성에 공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후 정착하는 청년의 색깔을 담을 수 있게 창업을 돕는다면,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부르게 될 것이고 그들이 스스로 창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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