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매력①] '힐링'의 대상에서 '내 주변 이야기'로..시골 예능의 확장

장수정 2022. 1. 12. 13: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예인 캠핑→지역 주민과 소통, 예능의 다양한 시골 활용

한적한 곳에서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즐긴다. 이 과정에서 직접 요리하고 청소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한다. 가끔은 식재료가 부족해 직접 공수하기도 하고, 농사일을 통해 돈을 벌어 장을 보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에 가까운 이 모습들도 배경이 ‘시골’이 되면 특별한 일이 된다.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아빠 어디가’ 등 과거에도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예능들은 많았지만, 지역의 매력을 제대로 파헤치는 작품은 드물었다. 시골을 찾아가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시골은 그저 풍경으로만 자리했다.


ⓒtvN 캡처

이러한 흐름을 바꾼 것은 나영석 PD다. KBS2에서 ‘1박 2일’을 연출했던 그는 tvN으로 자리를 옮겨 ‘삼시세끼’, ‘숲속의 작은 집’, ‘여름방학’ 등을 통해 본격적인 시골살이를 보여줬다. 풍족하지 않아도 여유와 편안함이 있는 시골살이의 로망을 세련되게 담아내면서 ‘시골 예능=힐링’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산촌과 어촌을 오가며 촬영한 ‘삼시세끼’ 시리즈와 도심을 떠난 이들의 미니멀 라이프를 담은 ‘숲속의 작은 집’, 강원도 한달살이 과정을 포착한 ‘여름방학’ 등 ‘시골살이’로 예능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시골과 자연으로 배경으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무한 확장을 시작했다. 캠핑카를 타고 한적한 곳을 찾아 들어간 ‘캠핑클럽’과 연예인들이 시골 폐가를 빌려 생활하는 ‘자연스럽게’ 등이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펜트하우스’의 스핀오프 예능 ‘슬기로운 산촌생활’과 ‘해치지 않아’에서는 드라마 출연자들이 시골로 향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에서 촬영하던 프로그램들도 국내 시골과 자연으로 유턴했다. 해외 정글을 누비던 SBS ‘정글의 법칙’은 국내편을 통해 울릉도, 전남 고흥의 작은 섬 등 숨은 명소들을 조명했다.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의 출연진은 황도와 초도, 납도 등 섬에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즐기고 있고, tvN ‘바퀴 달린 집’은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시골, 혹은 자연 체험기를 다루던 한계를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는 변화도 이뤄졌다. 지난 2017년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시골경찰’은 연예인들이 진안 경찰서 관할 내 치안센터의 순경이 돼, 그곳에서 생활하며 민원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힐링과 로망으로만 대하던 시골 생활의 현실을 엿보게 하기도 했다. 시즌2에서는 경북 영주, 시즌3에서는 경북 포항에서 순경 생활을 이어나갔다. tvN ‘어쩌다 사장’에서는 차태현과 조인성이 시골의 한 슈퍼마켓의 사장이 돼 주민들과 교감했다. 버스표를 팔기도 하고, 저녁이면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간단한 안주까지 제공하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민들과 직접 부딪히며 나오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골에서 삶을 누리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아내 그 매력을 깊이 있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게스트 운영기를 담은 JTBC ‘효리네 민박’이 시즌2까지 방송된 바 있으며, 남해와 평창 등에서 전원생활하는 여성들의 동거기를 담은 KBS2 ‘같이 삽시다’가 현재 방송 중이다. tvN ‘온앤오프’에서는 가평에서 살고 있는 김동완의 일상이 담긴 바 있다. 간접 체험이 아닌, 실제 생활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원생활의 장, 단점을 실감 나게 전했다.


일반인들의 삶을 다루는 예능들도 생겨났다. 자연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을 다루는 ‘나는 자연인이다’가 장수 예능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다루며 ‘실천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JTBC ‘서울에는 우리 집이 없다’는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세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충남 공주에 2층짜리 집을 지은 가족의 이야기부터 1필지를 2세대가 공유하는 용인의 듀플렉스 하우스까지. 다양한 사연들을 아우르며 ‘집’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외에도 MBC ‘구해줘! 홈즈’에는 제주 1년살이를 위해 집을 구하는 의뢰인이 등장해 생활방식이 다양해졌음을 실감케 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