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송도 랜드마크 타워 논란

박혜숙 2022. 1. 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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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6·8공구 랜드마크 타워 조감도 [인천경제청 제공]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너무 높다" "더 높아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103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송도 주민들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민·환경단체는 초고층 건물은 짓지 말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민간사업자(블루코어컨소시엄)와 8개월 넘게 협상을 하며 '103층(420m)' 높이를 최적안으로 내놓았지만 양쪽 모두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시민설명회를 열어 송도 6·8공구 중심부 개발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워터프런트 인공호수 주변 128만㎡에 103층(42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놀이공원·대관람차 등을 갖춘 도심형 테마파크, 18홀 대중골프장, 주거·상업·전시시설 등을 조성하는게 골자다. 이 가운데 핵심은 103층(420m) 높이의 타워다. 실제 건립된다며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123층)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해당 사업부지에 초고층 건물을 구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가 인천경제청으로부터 독점개발권을 부여받아 '151층(610m) 인천타워'를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개발 여건이 악화하면서 2015년에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새로운 민간사업자로 바뀌면서 7년여 만에 초고층 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국내 최고층 높이에서 이번엔 103층, 국내 두번째 고층 건물로 높이가 축소됐다는 점이다.

그러자 송도 주민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오랜 기간 송도 6·8공구 중심부 개발이 지연된 것도 불만인데,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내 최고층 건물은 고사하고 청라국제도시에 지어질 시티타워(448m) 보다 낮아 인천에서조차 넘버 2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송도 주민단체의 한 대표는 "인천은 수도권에 있고 국제도시임에도 그 위상에 걸맞는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며 "이러한 도시에 국내 최고층 건물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랜드마크 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민들은 151층 타워와 대관람차, 호수와 수로를 'ㅁ'자 형태로 연결하는 워터프런트(2027년 완공 예정)를 조성해 인천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대감도 크다.

블루코어컨소시엄 송도 128만㎡ 개발사업 조감도 [인천경제청 제공]

반면에 시민단체들은 "높이가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다. 얼마나 더 높게 짓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디자인을 담은 랜드마크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송도에 GCF(녹색기후기금)가 입주해있고 나아가 'GCF 콤플렉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은 반환경적 처사라고 지적한다. 일부 건축학자들도 높이에 연연하지 말고 대한민국과 송도국제도시를 상징하는 디자인 랜드마크에 초점을 맞추길 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토론회에서 이명식(동국대 교수)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은 "두바이 버즈칼리파는 세계 최고층 건물로 상징성이 있으나,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높이 1㎞의 건물이 들어서면 높이가 갖는 상징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고층 건축 보다는 누구나 가고 싶은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하는게 중요하다며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나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예로 들었다.

초고층 건물에 연연하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와 시대적 조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당초 151층을 계획했다가 무산되고 또다시 초고층 건물을 추진한다고 하니 송도 주민들로서도 '국내 최고층'의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솔직히 개발사업지의 토지 공급가격과 아파트 분양 허용 물량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경제청이 제시한 '103층'의 근거가 설득력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7년여 만에 어렵게 시동을 건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최적안인지, 절충안인지 모를 '103층 타워' 논란에 또다시 발목이 잡히는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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