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술파티 벌인 英 총리에 국민 66% "사임해야"
보리스 존슨(58)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기간 여러 차례 술파티를 벌였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면서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2건의 여론조사에선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겼다.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영국 성인 5931명을 대상으로 ‘존슨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총리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7%에 불과했다.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사반타콤레스의 조사에선 응답자 1040명 중 66%가 사임을 요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당원의 반응인데, 사반타콤레스 여론조사에선 보수당 지지자 중에서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한 응답이 전체의 42%에 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마틴 레이놀즈 총리 수석 비서관이 지난해 5월 20일 총리실 직원 100여명에게 총리 관저에서 열리는 술 파티 초대 e메일을 보냈다는 지난 10일 영국 ITV 보도 직후 이뤄졌다.
당시 초대장에는 “관저 정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오후 6시부터 각자 술을 가져와 우리와 함께해주시길 바란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우리는 사랑스러운 날씨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문구도 논란이 됐다.
존슨 총리 측은 당시 파티 참석 여부를 묻는 언론의 요청에 답변을 거절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날 저녁 존슨 총리 부부를 포함해 40여명이 파티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야당은 존슨 총리의 해명을 요구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존슨 총리의 행동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영국 대중에게 거짓말해선 안 된다. 모든 걸 털어놓을 때”라고 말했다. 노동당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도 “(총리가 잠시) 도망갈 순 있지만 숨을 순 없다”고 일갈했다.
존슨 총리의 당내 입지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이날 긴급 질의엔 여당 의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지만, 스코틀랜드 보수당 대표인 더글러스 로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국민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던 시기 날씨와 술을 즐기는 (총리의) 모습을 봤다”며 “그가 정말 참석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역수칙을 어겼다면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보수당 중진 의원은 가디언에 “하원 보수당의 분위기는 장례식 같다”며 “누가 존슨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원 의원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수개월 내 총리가 될 수 있다”며 “존슨 총리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까지 유지될지의 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존슨 총리가 방역 수칙 위반으로 구설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리는 지난해 5월 관저 정원에서 측근 10여명과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 지난달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존슨 총리는 “업무상 만남”이라고 했지만, 코로나19 유족 모임의 한나 브래디 대변인은 “지난해 관저에서 존슨 총리를 만나 아버지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말했다. 그 장소에서 총리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데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첫 봉쇄지침이 내려졌다.
지난 10일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14만2122명을 기록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인에 무시당한 나옹 선사 "고려서 해 떠야 중국 산 붉어진다"
- 이봉원 "7번 사업 실패로 빚만 7억, 이혼 안 당한 비결은…"
- 숨진채 발견된 '李 의혹' 제보자, 한달전 "난 절대 자살 안한다"
- 여학생들 성폭행, 8명은 출산까지…이런 짓 한 그놈, 교사였다
- 클럽서 피 흘린 채 발견된 20대 여성…귀 잘려 있었다
- 청장이 말려도 지구대 남은 여경…끝내 '무궁화 4개' 달았다
- "눈 치우세요^^" 위문편지 논란에…여고생 "그렇게 쓴 이유있다"
- 김광규, 전세사기에 뭐든 하려다 호흡곤란까지…"고통이다"
- 유재석·김태호도 실패한 예능지옥서 살아남은 '솔로지옥' 비결
- 펑솨이 미투 20분만에 지웠다…군대 뺨치는 중국 '비밀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