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 "물=화폐, 고갈과 홍수 아이러니에서 출발"

이이슬 2022. 1.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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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고요의 바다'는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 주제의식이 빛나는 작품이다. 고갈과 홍수 속 아이러니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최항용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만들어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출품했고, 이를 본 배우 정우성이 제작이 팔을 걷으면서 넷플릭스와 만났다.

최 감독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물이 없는 달에서 사람들이 익사하는 아이러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인류 생존의 단서를 찾아 달로 떠난 탐사대원이 마주친 미스터리를 그린다.

배우 배두나, 공유,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 등이 목숨을 건 임무에 자원한 최정예 대원으로 분하고, 정우성이 제작했다.

이하 최항용 감독과 일문일답.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 주제의식이 빛나는 '고요의 바다'가 흥미로웠다. 단편을 8부작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벅차지는 않았나.

이 작품이 첫 작품이라서 비교대상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웃음) ‘고요의 바다’를 긴 영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밀도 있게 찍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그런지 6개월이란 촬영기간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고요의 바다는 충분히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평들을 접하면서 스스로 반문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이후 정우성한테 직접 러브콜을 받은 것인지, 어떻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지 궁금하다. 제작자와 연출자 간에 어떤 의견교환을 했나.

정우성 대표님은 경험이 많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며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신 분이라고 느꼈다. 정 대표님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의외로 놀랐던 점은 열정이 넘치고 성취를 향한 배고픔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제의식이 빛나지만, 졸업 작품으로 선뜻 기획하기 쉽지 않은 소재 같다. 단편을 찍으며 무얼 느꼈는지.

단편을 만들고 있을 때는 무엇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완성된 후에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주변을 볼 수 있게 됐다. 단편을 본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작품이 마음속으로만 SF물을 꿈꾸던 사람들을 조금은 움직이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달과 물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고갈과 홍수 속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로웠다. 어떻게 착안했나.

원작인 단편을 만들 때부터 ‘물이 없는 달에서 사람들이 익사한다’는 ‘아이러니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아이디어가 ‘고요의 바다’의 후킹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아이디어에 의미를 더하고 확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구의 환경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도달하게 된 것 같다.

=등급제 설정을 가져오게 된 이유는.

그 시대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고요의 바다’ 세계관에서 ‘물’은 곧 ‘화폐’와 같다. 이런 물(자원)이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생계형 자영업자와 빈곤층이 피해를 받으며 빈부격차가 커지고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한다. 이는 지난 역사 속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단편에서 6부작으로 시리즈화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SF장르는 설정이 단순해야 한다.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설정이 복잡해질 수 있는데 설정이 복잡해지면 세계관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설명이 많아지고 이야기 전개가 느려진다. 이 부분을 가장 염두에 뒀고 또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기도 했다. 단편에서 숨겨진 이야기들 혹은 비어 있던 공간들을 채우면서 이야기를 확장했다. 그중에 물이 부족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 지점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외에 단편에서 만족스럽게 구현하지 못했던 월수나 루나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세계관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

=장편화 하며 달라지거나 추가된 캐릭터가 있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금 루저(패자)에 가깝다면 장편은 엘리트로 구성된 점이 다른 점 중 하나다. 송지안을 제외한 한윤재와 다른 팀원들은 모두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다.

=장편 구현 과정에서 주안을 둔 부분은.

단편에서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장면들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월수가 증식하는 장면, 루나의 월등한 신체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 광활한 달 지면, 미로 같은 기지 내부의 모습 등.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주인공이 ‘루나’라는 존재를 만나고 그 루나와 유대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좀 더 그려보고 싶었다.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나 장면이 있다면.

흥미로운 캐릭터는 루나였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지안이다. 캐릭터 중 가장 깊게 들어가 바라보기도 했고 배두나의 연기로 캐릭터가 살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마음이 갔다.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은 지안이 언니를 만나는 장면이다. 심지어 촬영하는 순간에도 지안의 연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 전개가 오롯이 지안의 감정을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안을 공감하기 어려워지고 지안의 감정이 추상적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처음 의도는 송원경 박사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공간도 과거의 공간으로 바뀌는 설정이었다. 미술팀과 CG팀에선 현실적인 여건상 지안과 원경을 따로 촬영하는 것을 제안했는데, 이미지보다는 지안의 감정을 살리는 데 더 집중해야겠다는 판단으로 공간의 변화를 포기하고 지안과 원경을 함께 촬영하는 것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캐스팅에는 어느 정도 관여했나.

‘고요의 바다’ 캐스팅 과정에서 감독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다. 캐스팅 과정은 각 캐릭터에 어울릴만한 배우들을 리스트업한 후 여러 번의 회의와 오디션을 거쳤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연출하고 싶나.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가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웃음) 평소 인간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 다음에도 SF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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