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이어 90조도 붕괴된 파생결합증권.."中 리스크 발목"

이선애 2022. 1. 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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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130조원에 육박했던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불완전판매와 환매중단 사태로 신뢰를 잃었고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식 시장 침체로 고비를 맞은 것이다. 최근에는 홍콩H지수(HSCEI) 폭락에 발목이 잡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8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던 2020년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90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더 위축된 것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처참하다. 2019년에는 발행 규모가 129조2000억원에 달했다. 2017년 111조6000억원, 2018년 115조9000억원 등 2019년까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나 2020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보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크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ELS(주가연계증권)·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2020년 68조3000억원에서 2021년 72조2000억원으로 5% 증가한 반면 DLS(파생연계증권)·DLB(기타파생결합사채)는 같은 기간 22조2000억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23% 줄어들었다.

2021년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가 감소한 것은 사실상 DLS·DLB의 위축 영향이 크다. 2020년에 줄어든 발행 물량으로 인해 2021년 '상환 후 재투자' 규모가 위축됐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판매처의 ELS·ELB 상품 판매가 원활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DLS·DLB의 경우 발행 규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9년 발생한 'DLF 불완전판매 사태'와 연이어 터진 'DLS 환매중단'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DLS 발행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확대도 DLS·DLB에 대해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원자재의 경우 2019년~2021년까지 급등락을 반복한 데다 공급 체인(Supply-chain)의 붕괴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국내외 금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와 긴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신용위험과 환율 역시 국내외 금리의 불안정성이 확산함에 따라 변동성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조기상환 지연 불똥도 튀면서 새해 벽두부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텐센트·알리바바 등 5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국내에서 팔리는 ELS의 단골 기초자산이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기업과 부동산 규제 등이 직격탄을 가하면서 이 지수는 5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최저치 수준(5일 8015.7포인트)으로 폭락했다.

ELS는 특정 국가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국가의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지급한다. 미상환은 6개월마다 주어지는 조기상환 기회를 넘길 때 발생하며, 미상환 잔액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미상환 잔액은 18조3144억원. 18조원을 넘어선 건 2020년 10월(19조4382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 홍콩H지수가 하락하면서 기준가가 낮아졌지만 1분기 중에도 9000포인트를 상회해야 6개월 전 지수의 95%를 넘기 때문에 대부분 종목이 조기 상환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기준가의 85% 가격 수준은 대부분 7500포인트 위에 존재해 현재 가격대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절반 정도의 조기 상환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진적으로는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올해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90조원 중반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홍콩H지수가 추가적인 하락을 보이지 않아 반등한다면 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상품부터 점진적으로 조기상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위험 수익구조인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수요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돼 올해 연간 95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세계 증시가 휘청이면서 홍콩뿐 아니라 다른 나라 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손실 가능성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에 속도를 붙이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ELS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ELS의 손실로 록인(Knock-in)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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