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영의 대선과 대입④] 학생들의 'HOOK'을 키울 선발 방식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 대한민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정규영 회장의 제언입니다. 정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해외 각국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의 선발 과정과 이 학생들이 이수한 초·중·고등 교육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교육 체계와 학교체육 시스템 등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위해 2008년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공교육과 대학 입시 제도 등에서 참고할만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편집자주
☞참고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교육을 말한다
수능은 사법고시가 아니다
수능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기회여야 한다
앞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제안한 바와 같이 수능은 학생들을 대학에 불합격 시키는 도구가 아닌, 고교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내 것으로 소화시켜 본인이 원하는 성적을 받아 성취감을 느끼고 대학에 진학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수능보다 쉬운 시험을 치르고 진학하는 미국 스탠퍼드와 하버드대의 경우 어떻게 영재들을 유치하면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필자가 제안한 대입 수학능력 개편안은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은 고교 평준화 정책의 폐지와 더불어 아래 제시하는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의 적용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원숭이, 진돗개, 오리, 코끼리가 있다. 이들의 100m 달리기 기록이 5초 미만이어야 합격하는 단 한 번의 시험 방식이 지금의 수능이다. 올바른 학생 선발 방식이 되려면 원숭이, 진돗개, 오리, 코끼리의 100m 달리기 기록이 12초 미만이면 되고, 5초 미만이면 가산점을 얻고, 달리기는 부족하지만 나무를 잘 오르거나, 코로 무거운 것을 잘 들거나, 하늘을 날 수 있거나, 집을 잘 지키는 특기 등에 각각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
즉 기본 수학 능력 시험인 수능은 어렵지 않아야 하며 학생 마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특기를 인정받고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기는 역사학, 미술, 음악, 노래, 운동, 무용, 작문, 연극, 바둑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이며 일부 학업 분야에만 특정되지 않는다.
필자는 2004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기와 독특함을 뜻하는 '훅(HOOK)'을 소개했다. 이는 미국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들의 입학 심사 과정에 반영된다. 이제 HOOK이라는 단어는 많은 교육 기관과 학부모, 학생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우리 대학 입시에도 적용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서울대와 미 스탠퍼드대에 동시에 지원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의 천재성을 고려할 때 서울대는 모르겠으나 스탠퍼드대 합격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명문대는 공부를 잘하는 천재들로만 신입생을 구성하지 않아서다. 아인슈타인 박사가 대학 지원서에 자신의 수학, 물리학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대신 그가 사랑했던 모차르트 음악이나 악보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복잡한 음계의 규칙성을 수학적으로 해석한 점을 부각시킨다면 스탠퍼드대 합격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질 것이다. 미국 명문대가 주목할 아인슈타인의 '훅'은 수학과 물리학의 천재성을 활용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리 대학들도 미국 명문대처럼 각자만의 특색, 즉 '훅'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너무 어려운 수능과 이를 통한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거나 단순히 사는 지역에 따라 입학 혜택을 줘서는 안된다. 쉬운 수능을 기본으로 하되, 특색을 가진 학생들을 골고루 선발해야 한다. 그렇게 구성된 다양한 학생들이 자신의 '훅'을 깊이 있고 다양하게 가꿀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과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나아가 대학 지원을 전공별로 하지 말고 단과대별로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특히 이과와 문과를 분명하게 가르는 지금의 입시 정책은 옳지 않다. 이보다는 공대, 예술대, 의대 등과 함께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인문자연과학대와 같은 단과대별로 지원하고 2학년이 되면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독자라면 함께 생각해 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자신의 대학 전공을 미리 결정할 수 있을까. 한번 정하면 좋으나, 싫으나 그 전공을 공부하고 그 분야의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매진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구조다. 만일 적성에 안 맞으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다른 분야의 국가고시 등을 준비하여 본인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준비한다. 다시 말해 특색 없는 '공부 로봇'을 만들고 있으며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정해진 전공을 공부해야 하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대학 밖에서 다른 해결책을 학생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미술, 음악, 체육 등과 같은 중요한 교육 과목들을 예체능 전공자들만의 과목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 또한 어려운 수능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후에 다뤄볼 예정이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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