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㉚] '엉클' 박지숙 작가, '휴머니즘'으로 만드는 차별화

장수정 2022. 1. 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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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KBS 드라마 시티의 단막극 ‘제주도 푸른 밤’으로 데뷔한 박지숙 작가는 이후 다수의 단막극과 4부작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 등을 거쳐 드라마 ‘히어로’로 장편 드라마를 선보였다. 가진 거라고는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욕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고군분투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후 멜로 드라마 ‘내 생애 봄날’과 휴먼 드라마 ‘엉클’ 등 다양한 장르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엉클’은 누나의 청천벽력 이혼으로 얼결에 초딩 조카를 떠맡은 뮤지션 삼촌의 코믹한 성장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B급 감성이 가득한 코미디물이었다면 ‘엉클’은 가족애를 강조한 휴먼 드라마의 성격은 띤다. 첫 회에서 2.4%를 기록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 회차인 10회에서는 7%를 기록했다.


ⓒTV조선

◆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아내는 ‘약자’들의 이야기


2009년 MBC에서 방송된 ‘히어로’는 가진 것은 없지만 뜨거운 정의감을 가진 이들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내용을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전직 조폭 두목 조용덕(백윤식 분)이 삼류 찌라시 기자 진도혁(이준기 분)과 함께 신문사를 차려 사회 권력층에 저항하는 과정을 다뤘다.


도혁과 용덕이 대세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의 흥미진진함이 이 드라마의 호평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무거운 사건들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용덕과 도혁 콤비가 함께 의기투합해 위기를 넘기는 과정들이 유쾌하게 그려진 것이 ‘히어로’만의 매력이기도 했다.


15년간 복역하다 출소한 용덕에게 인터뷰를 조르는가 하면, 톱스타의 스캔들을 취재하겠다며 천장에 있는 흰 천에 타잔처럼 매달리기까지 하는 도혁의 좌충우돌 취재기가 극에 웃음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또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괴짜’ 기질을 발휘하며 어려움을 함께 넘기는 도혁과 용덕의 완벽한 코믹 호흡도 이 드라마의 묘미였다. 우리 사회의 모순은 날카롭게 짚어내면서도 이를 통쾌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쉬운 몰입을 이끈 것이다.


박 작가 특유의 유쾌함은 멜로 드라마에서도 유효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다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이봄이(수영 분)가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이의 남편 강동하(감우성 분)와 아이들을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펼치는 ‘내 생애 봄날’ 또한 가벼운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재와 장기이식으로 맺어진 두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과정을 마냥 웃으며 볼 수만은 없었지만, 이봄이 특유의 쾌활함이 분위기를 적절하게 환기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상상씬과 유쾌한 농담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무게감을 덜어냈다.


18살 차이가 나는 주인공들의 사랑,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새드엔딩 등 극적인 소재들은 많았지만, 이 역시도 담담하게 풀어내며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주어진 장애물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췄기에 감동도 더욱 커졌었다. 그리고 박 작가 특유의 담담함과 유쾌함이 후반부 애절함을 더욱 강화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10년 만에 재회한 삼촌 왕준혁(오정세 분), 누나 왕준희(전혜진 분), 조카 민지후(이경훈 분)이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뭉클하게 담고 있는 ‘엉클’ 역시도 마냥 따뜻한 가족 드라마만은 아니다. 강남 4구를 배경으로 치열한 교육 문제와 이웃 간 갈등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그러나 엉뚱하면서도 마음만은 따뜻한 왕준혁의 존재와 든든한 조력자 유라(황우슬혜 분), 경일(이상우 분)의 배려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 중이다. 준혁과 지후의 티키타카 호흡이 미소를 유발하다가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그들의 끈끈함이 여운을 남긴다. B급 정서 가득한 시트콤이었던 원작에 휴머니즘을 가미한 것이 국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늘 볼 법한 이야기들로 공감을 유발하는 박 작가의 진가가 ‘엉클’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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