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환자' 아닌 '우리 환자'.. 최고의 癌 치료 위해 의료진 뭉친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2. 1. 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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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특진실_ 분당차병원
다학제 진료 年 1000례 이상 진행
평균 5개 科 7명의 전문가 한자리.. 맞춤 계획 짜고, 환자에게 설명도
치료 성과는 '환자 생존율'로 증명
대장암 4기 25.6%, 평균 2배 웃돌아
분당차병원 암센터 다학제팀이 유방암 치료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분당차병원 외과 이승아 교수, 핵의학과 방지인 교수, 영상의학과 고경희 교수,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신현수 교수, 외과 김승기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출산 직후 A(32세, 여)씨는 삼중음성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오히려 유방암이 더 커지고 간에 전이까지 돼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학제 진료로 난치암도 치료한다고 알려진 분당차병원을 찾게 됐다. 이후 B씨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에서 체성 BRCA 돌연변이가 발견돼 표적항암치료를 받고 현재 유방암을 이겨냈다.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는 특히 암 치료에서 필수다. 암이 깊게 연구될수록, 분야별 전문성이 커져 한 전문의가 모든 것을 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암 치료 가이드라인인 NCCN에서도 치료율과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강력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실제 다학제 진료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문의 5명 이상이 최소 20분 진료로 환자 1명을 보게 되는데, 같은 설정에서 일반 진료로는 최대 환자 50명을 볼 수 있다. 실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의료진들이 발을 맞춰가는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 이 어려운 암 다학제 진료를 2년 연속 1000례 이상 해온 병원이 있다. 분당차병원이다. 직접 방문해보니 이미 분당차병원에서 다학제 진료는 한 문화로 자리 잡아있었다.

◇노련한 다학제 진료… 환자 자신감도 높여

분당차병원은 다학제 진료를 매일 점심시간과 외래 진료가 끝나는 5시 이후에 진행한다.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각 과에서 전문의가 1명 이상 참여해 진단부터 단계별로 환자 맞춤 치료 계획을 짠다. 결론이 나면, 평균 5개 과 7명의 전문의가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만나 치료 방법을 설명한다. 다학제 진료에 노련한 분당차병원은 설명 방법도 체계적이다. CT 사진뿐 아니라 해부학적 사진 등 적절한 시각자료를 이용해 쉬운 용어로 설명한다. 환자의 확실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과별로 계획을 설명한 뒤, 추가 질문을 받는다. 환자 B씨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았을 때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어떤 치료로 좋아질지 막연하기만 했다"며 "분당차병원 다학제 진료를 받으니 현재 상황,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을지, 수술은 어떻게 할지 등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스스로 치료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분당차병원 암센터는 2016년 췌담도암에 다학제 진료를 처음 도입한 이후 대장암, 부인암, 두경부암, 폐암, 위암 등 모든 암 질환에 18개 진료과 전문 의료진과 다학제 전담 전문 간호사가 팀을 구성해 다학제 진료를 운영하고 있다.

◇중증 희귀·난치암 치료 성공률 국내 최고 수준

치료 성적도 물론 높아졌다. 환자별 맞춤 치료 및 새로운 치료법 발굴로 재발암이나 전이암 등 중증 희귀·난치암 치료 성공률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수술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암 말기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로 결정된 항암치료를 받고 종양이 작아져 수술한 경우도 많아졌다. 치료가 어려운 대장암 4기 환자 생존율은 25.6%로 올렸다. 이는 국가 평균보다 15%나 높은 수치다. 분당차병원 암 다학제 위원장 고광현 부원장(소화기내과)은 "다학제 진료를 하면 의사들이 환자 치료의 전반적인 맥락을 알 수 있어 최선의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게 된다"며 "치료 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다. 분당차병원 암 다학제 진료 만족도는 100%를 기록하고 있다.

◇성공적인 다학제 진료 관건, 협력과 협동

분당차병원 다학제 진료에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협력과 협동이 있다. 여러 전문의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인 시간을 희생해야만 한다. 분당차병원 암센터장 전홍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의료진이 희생하는 면도 있지만, 좋은 치료 결과로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좋아하면 보람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다"며 "수술할 수 없는 환자들이 완치되고, 난치암 치료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다학제 진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로 실질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의료진 간 협동도 좋아야 한다. 고광현 부원장은 "사실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각자 보는 시각이 달라 의견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서로 양보하며 호흡을 맞춰왔고, 가이드라인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많은 진료에 성공해 와 어느 정도 프로토콜도 생겼다"고 말했다. 전홍재 교수는 "무엇보다 다학제 진료로 누군가의 환자가 아닌 우리 환자라는 개념이 생겼다"며 "최고의 결과를 위해 다 같이 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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