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어 게임즈 "부모님도 즐기는 게임 만들어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문대찬 2022. 1. 1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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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현재 50개의 게임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서 ‘굿게임상’을 받은 ‘MazM: 페치카’의 제작사 ‘자라나는 씨앗’도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성장한 개발사다. 이밖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는 개발사도 여럿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3주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하이스코어 게임즈는 ‘언제’, ‘어디서나’, ‘작지만’, ‘확실하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을 지향한다.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가벼운 간식처럼 즐길 수 있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게임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이머에게 선보이고 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앞세운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말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가 참여한 2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11일 판교에서 만난 김재현 대표는 “국내 인식과 달리 하이퍼캐주얼 장르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면서 “짧은 시간이어도 확실한 재미를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스코어 게임즈의 김재현 대표.   사진=문대찬 기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이스코어 게임즈 대표 김재현입니다. 2000년부터 시작해서 게임업계에 몸을 담은 지 20년이 넘어 버렸네요. 넥슨에서 ‘아스가르드’ 프로젝트의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조이시티에서 ‘프리스타일’ 애니메이터를 맡았어요. 이후 ‘프리스타일2’ 때는 캐릭터 기획 팀장을 맡았습니다. ‘눈보라’라는 개발사에서 일하며 ‘저승사자’를 출시한 뒤 최근에 하이스코어 게임즈를 차렸습니다. 

하이스코어 게임즈를 창립한 계기가 궁금하네요.

눈보라에서 일하던 멤버 3명과 개인 사업자로 시작했어요. 저희 모두 스케일 큰 게임을 만들어 왔어요. 항상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대작 게임만 만들어 왔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게임을 만들어서 게임을 개발하는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함께 하이퍼캐주얼 장르에 집중하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작년 초에 법인 사업자로 전환했습니다. 

하이스코어 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하이스코어 게임즈라는 이름처럼, 최고 점수를 목표로 하는 아케이드틱 한 단순한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RPG나 스포츠 게임처럼 복잡한 재미를 가진 게임도 있지만 단순한 재미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20억 투자 유치를 받을 만큼 하이퍼 캐주얼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왜 하이퍼캐주얼 장르에 집중하시게 됐나요?

한국에선 RPG 등 특정 장르에 힘이 쏠려 있고, 그것만이 게임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둘러보면 작은 회사들이 굉장히 많아요. 또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매출을 올리고도 있죠. 현재 초등학생부터 90세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잖아요. 게임의 주소비층인 20‧30대 뿐만 아니라 연령대가 아주 낮거나 많은 비(非)게이머에게 게임을 제공하고 서비스하는 것도 이제는 충분한 시장성이 생긴 거죠. 

하이퍼 캐주얼 장르는 주수익이 광고로부터 나와요. 게임 내에서 광고가 나오면서 개발사가 수익화를 하는 형태인데, 그런 모델이 지금도 국내엔 많지가 않아요. 수익성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고요. 저희가 시장 조사도 해보고 실제 경험한 결과, 전혀 작지 않은 시장이에요. 하이퍼캐주얼 같은 경우는 현재 앱 다운로드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시장에 유저가 많다는 얘기에요.

다른 RPG나 코어한 게임보다는 심플한 게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보기도 하지만, 저희가 도전해본 결과 라이트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성을 구현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어요. 현재도 저희 회사 몇 십 명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갖고 고민하고, 몇 개의 아이디어를 내는데 개발과 출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유저들이 좋아할 것인지, 어떤 연령층에서 선호가 있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이 동반되어야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어요. 여러 부분들이 기존 사업과 다르지만, 저희 입장에선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입문이 쉬운 만큼 이탈하기도 쉽다는 지적이 있는 걸로 압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 자체가 조금은 1차원적인 재미를 추구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게임의 수명이 길거나 하진 않아요. 많은 분들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은 하루도 채 플레이 안 하고 삭제해버린다는 인식을 갖고 계시는데, 단순한 재미를 주는 게임도 다른 RPG 못지않게 길게 사랑 받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 당장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리니지’, ‘오딘’ 등의 게임을 추천하면 캐주얼 장르의 게임보다 더 일찍 관둘 거예요. 게임마다 걸맞은 연령대와 유저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수익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로켓 펀치'.   하이스코어 게임즈

하이스코어 게임즈가 그간 개발한 대표적인 게임을 소개 부탁드려요.

과거 빠르면 2주, 길면 한 달 만에 게임을 만들어 왔어요. 그렇게 진행한 게 50개 정도 됐는데 시장 데이터에 적응하지 못했서 실패를 맛봤죠. 작년부터 비로소 완성된 형태의 게임들이 나왔는데 대표적인 게임이 ‘로켓 펀치’입니다.

단순한 조작으로 하나의 화면 내에 있는 적들을 모두 처치하면 되는 게임이에요. 핵심적인 게임성은 날아가는 주먹을 직접 콘트롤해서 적을 처치하는 겁니다. 그 결과가 우스꽝스럽고 재밌게 표현돼서 유저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목표로 했어요. 게임 한판 한판이 매우 짧은 게 특징입니다. 길어도 30초 이내로 스테이지를 끝낼 수 있어요. 중간중간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탈 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특징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살린 게임이고, 2000만 다운로드 이상의 성과를 거뒀어요. 

다른 하나는 월크롤러라는 게임인데요. 스파이더맨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입니다. 하나의 화면에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벽이나 천장에 붙어 액션을 펼치는데요. 심플한 배경 그래픽, 캐릭터 묘사를 통해서 이 게임도 마찬가지로 2000만 다운로드 가까이 기록했습니다. 이밖에 다른 게임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 게임을 개발하고 테스트 중인데, 하이퍼 캐주얼 장르에다가 약간의 콘텐츠를 가미한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슬래시어’라는 게임이 첫 번째 테스트를 준비 중이에요. 별 문제가 없다면 두 달 이내에 출시 예정입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조작에다가 액션성을 조금 더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어요. 기본적으로 게임 액션이라고 하면 칼이나 무기 등을 이용해 적을 베어나가면서 나오는 혈흔과 화려한 이펙트가 중심이 되는데요, 저흰 다양한 연령층이 액션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혈흔 등을 배제하고 조금 더 캐주얼한 효과를 도입하려고 애썼어요. 비주얼이나 배경 같은 것도 초록색을 많이 사용하고 단순화했죠. 타격감 같은 걸 강조해서 액션의 맛을 살리되, 여타 다른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특징은 살렸습니다. 스테이지 길이를 짧게 해서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주는 방식이에요.

현재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에 대한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인 상황이에요. 예전에는 50개 게임을 테스트해서 1~2개의 게임을 출시했다면 이젠 게임 출시 빈도가 높아지고 있죠. 투자를 받은 금액으로 인력도 확충해서 점점 더 좋은 역량을 발휘하고자 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던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서 인앱 수입도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100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월크롤러'.   하이스코어 게임즈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재작년 초에 벤처 4.0에 입주했어요. 사람이 충원이 되면서 지금은 좀 더 큰 방에서 12명이서 지내고 있어요. 입주 전에는 지하 사무실에서 지냈는데요,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개발자들이 많은 이곳이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했어요. 정보를 공유하기도 편하고 심리적으로도 편하죠. 야근을 하더라도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니까 마음도 한결 편하고요(웃음). 게임이 새로 나오면 같이 플레이도 해보고 피드백도 주고… 따로 어디 방을 얻어준 것보다 공통된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인 공간을 마련해준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여러모로 힘을 주죠. 

글로벌 게임허브센터에서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첫 번째는 공간 제공인데, 저희 입장에선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사용하기가 아직까지는 애매한 시기거든요. 그런데 허브센터에서 이를 충족시켜주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국가사업에 대한 어드바이스들이 있어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도움도 주고요. 최근에는 이 곳에 신용보증기금이 있는데 여길 통해서 투자 외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게임산업의 규모도 커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가 많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근 간이 되는 풀뿌리 게임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지원, 제도 등이 필요할까요?

예전에 RPG 게임에 대대적인 투자가 들어왔던 적이 있어요. 그 때 굉장히 많은 RPG 게임이 출시됐는데, 대부분의 게임이 망하면서 게임 투자에 대한 시선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장르가 너무 국한된 형태에서 국내 상황에만 목매이다 보니까 실패했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몇 안됐죠. 

자연스레 투자까지 말랐어요. 국내 게임 시장은 풀뿌리 뿐만 아니라 중견 게임사 자체가 없어요. 그만큼 다양성도 줄었죠. 최근 인디 게임 쪽에 눈을 돌리는 몇몇 유통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견 개발사가 RPG 외의 다른 장르 시장에 도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워요. 20명 이내의 중소 개발사들이 지금처럼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건 지금처럼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이밖에도 글로벌 서비스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외국에서 외국 개발사들과 협업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네요.

아직도 게임 업계는 마케팅에 인색한 경향이 있어요. 게임이 재미만 있다면 팔리는 거지, 홍보해서 팔리는 게 게임이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글로벌 시장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게임도 홍보해야 할 상품으로 보고 있어요. 올바르게 광고할 수 있는 판로나 자금이 필요한데 중소 개발사는 개발비 마련부터 빠듯하거든요. 마케팅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이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이스코어 게임즈가 게이머에게 어떤 개발사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글로벌 시장에서 기억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짧은 시간이라도 어떻게든 재미를 주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요. 큰 회사로 성장하는 막연한 목표보다는, 이 회사 게임은 믿을만 하다는 인식만 있어도 저희에겐 가장 큰 행복이 될 것 같아요.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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