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스위스를 떠나고 싶은 FIFA
국제축구연맹(FIFA)은 프랑스 파리에서 1904년 창설되었다. 1932년 FIFA는 스위스의 취리히로 본부(headquarter)를 옮긴다. 스위스는 중립국이자, 유럽의 중앙에 위치했고 기차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로잔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포함해 무려 45개의 국제 스포츠 단체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들이 스위스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는 매년 11억 달러(1조3000억원)가 넘는다.
이렇게 많은 국제 스포츠 단체가 조그마한 알프스 산맥의 나라에 자리를 잡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스위스는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다. 더불어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조세 체계와 법전도 스포츠 단체들에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이들 단체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일반적으로 스위스 반부패법에서도 면제된다.
하지만 90여년 동안 취리히에 자리 잡고 있는 FIFA는 스위스를 벗어날 계획이다. 이미 2021년 6월 FIFA는 파리에 위성 사무소(satellite office)를 설립해 취리히 본부의 기능 일부를 이전했다. 파리 사무소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과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FIFA는 왜 스위스를 떠나고 싶어할까?
이를 알기 위해선 일단 세계 축구계의 절대 권력인 FIFA의 민낯을 알아야 한다. 스포츠계의 어두운 면을 캐내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탐사 전문기자 앤드류 제닝스는 2006년 그의 저서 “피파의 은밀한 거래(The Secret World of FIFA)”에서 제프 블래터 회장과 FIFA, 각국 축구협회의 부패와 부정선거 등을 폭로했다. 2010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제닝스의 탐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피파의 더러운 비밀(FIFA's Dirty Secrets)"을 방영했다. 아울러 2012년 독일의 유명 저널리스트 토마스 키스트너는 그의 저서 “피파 마피아(FIFA Mafia)”에서 FIFA를 범죄 조직인 마피아에 비유했다.
물론 FIFA는 이러한 주장에 크게 반발했다. FIFA는 법원에 제닝스의 책을 판매 금지 요청했고, 허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BBC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2014년 6월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에 의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비리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결국 오래전부터 썩은 냄새가 진동했던 FIFA의 부패는 수면위로 부상했다. 미국 검찰은 2015년 5월 FIFA 핵심인사 등 14명을 돈세탁, 뇌물 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한편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소집된 청문회에서 블루멘탈 미국 상원의원은 “마피아는 부정부패에 관해 FIFA처럼 노골적이고 거만하지 않다”고 밝히며,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은 마피아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Comparing FIFA to the mafia is almost insulting to the mafia)”라는 발언까지 쏟아 냈다.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블래터는 회장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당선 나흘 만에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해 12월 FIFA 윤리위원회는 블래터에게 자격정지 8년이란 중징계를 내렸다.
블래터 이후 회장에 오른 잔니 인판티노는 FIFA의 영향력 확대와 부패 이미지 탈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FIFA는 세계 축구계의 부패를 조사해온 미국 법무부와 최근 몇 년간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가 좀 더 균형 있고 글로벌한 조직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스위스 법은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FIFA는 일정 수의 스위스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과거에서 심리적, 지리적으로 멀어지기 위해 FIFA는 스위스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본부를 옮기고 싶어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이다. 미국은 2026 월드컵 개최국이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2026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미국의 단독 개최에 가깝다. 총 80게임 중에 미국에서 60게임이 열리고, 특히 8강전부터 결승까지의 모든 경기는 미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8년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32.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와 3위를 기록한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이 12.7%와 4.6%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 스포츠 시장 규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축구는 미국 시장에서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는 아니다. 미국으로 본부를 이전할 경우 FIFA는 참가국이 48개로 확대되어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될 2026 월드컵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2026 월드컵의 성공은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축구의 인기를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FIFA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의 주요 기업들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짐으로써 발생할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십과 수익 창출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캔들로 얼룩진 과거에서 벗어나고, 축구를 진정한 글로벌 스포츠로 만들고자 하는 FIFA의 꿈이 이루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저스맨 최현일의 각오 ”빅리그 도전, 앞으로 2년 남았다”
- ´멸공´ ´노빠구´ 정용진 논란…SSG 야구단 전전긍긍
- 토트넘 기자 ”손흥민 햄스트링 문제, 최대 5주...근데 ´퀵 힐러´잖아”
- 김연경 중국리그 마치고 귀국… 당분간은 휴식 계획
- 두 달 만에 백수 생활 접고 코치로 돌아온 잡초…”3~5번 백업 포수 만들겠다”
- 산다라박, 미국서 과감해진 패션? 브라톱+복근 노출한 파격 스타일
- AOA 탈퇴 지민, 확 달라진 얼굴 '충격'...C사 명품 올려놓고 행복한 근황
- [화보] 장윤주, 청량함의 인간화!
- 쌍둥이 아들 잃은 호날두 "부모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 타율 0.037…'양'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