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미국 대중문화 도장깨기

고세욱 2022. 1. 1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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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월드시리즈'라 불린다.

야구 종주국이긴 해도 은연중 '미국 야구=세계 야구'라는 오만함이 깃든 명칭이다.

미국 소프트파워의 대표 격인 대중문화에서도 정서는 비슷하다.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른 요즘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은 조금씩 국수주의의 벽을 낮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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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월드시리즈’라 불린다. 야구 종주국이긴 해도 은연중 ‘미국 야구=세계 야구’라는 오만함이 깃든 명칭이다. 미국 소프트파워의 대표 격인 대중문화에서도 정서는 비슷하다. 명성 있는 ‘그래미(대중음악)’ ‘오스카(영화)’ ‘골든글로브(TV·영화)’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흔적이 진한 무대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과거 “한국영화가 왜 그동안 오스카 후보에 못 올랐나”는 질문에 “아카데미(오스카)는 로컬(지역) 영화제라서”라고 응수했다. 칸·베니스 영화제와 달리 오스카의 미국 작품 우대 성향을 꼬집은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른 요즘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은 조금씩 국수주의의 벽을 낮춰왔다. 하지만 백인 위주 폐쇄성은 여전하다. 2015~2016년 오스카 후보들이 모두 백인으로 선정되자 SNS에 ‘너무 하얀 오스카(#OscarsSoWhite)’ 비판이 이어졌다. 캐나다 흑인 가수 더 위켄드는 2020년 앨범 ‘애프터 아워즈’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래미 시상식에서 어떤 부문 후보에도 못 올랐다. 위켄드는 “그래미는 부패했다”며 보이콧했다. 78년 역사의 골든글로브 경우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에 흑인이 한 명도 없다. 지난해 미국 제작사 영화 ‘미나리’를 영어 대사가 적다며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포함시켰다. 영어 비중이 낮은 일부 서구 영화들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과 비교돼 차별 논란이 컸다.

이에 굴할 K콘텐츠가 아니다. 10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했다. 기생충과 미나리는 2020~2021년 콧대 높은 오스카를 정복했다. BT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그래미상에 다시 도전한다. 빅히트곡 ‘버터’로 수상 전망은 밝다. 도장깨기에 성공하면서 K콘텐츠가 미국에서도 어느덧 주류 문화로 올라섰다. 오영수는 수상 소감에서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다”고 말했다. 단순한 국뽕 멘트가 아니기에 더욱 감개무량하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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