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中, 한한령 안 푸나 못 푸나

권지혜 2022. 1. 1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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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작된 한국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지난 4일 중국 지방 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2016년 중국 방송 규제 기관인 광전총국이 관련 업계에 한류 금지를 지시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위 한한령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한한령을 검색하면 '사드 배치에 따라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과 프로그램의 중국 방송 출연을 전면 제한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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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베이징특파원


2016년 제작된 한국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지난 4일 중국 지방 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한국 영화 ‘오! 문희’도 지난달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2016년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고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을 내린 뒤 어쩌다 한 번 한국 콘텐츠가 풀릴 때마다 국내에선 한한령 해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한·중 수교 30주년인 올해 이러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한 교수는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상화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탓에 인적 왕래가 막혔을 뿐 정부 고위급 교류나 무역 모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국 간 문화 교류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단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콕 찍어 이 둘은 여전히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한령과 관련된 중국 관료 사회에는 세 부류의 집단이 있다고 한다. 한쪽에선 한류가 중국 문화 산업에 끼칠 경제적 금전적 영향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선 한국 대중문화가 체제와 이념이 다른 중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괜히 나섰다가 책임질 일 만들지 않겠다고 몸을 사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 현상 유지다.

더군다나 중국은 문화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04년 4대 안보 전략을 수립하면서 정치, 경제, 정보와 함께 문화를 포함시켰다. 서구 문화 산업이 중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 문화를 통제하고, 동시에 중국 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자는 취지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연예계 정풍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퇴출시키고 고액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산당 사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에 출연할 수도 없다. 이러한 조치 이면에는 유명 연예인의 일탈과 팬덤 문화가 사회 통치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 어쩌면 중국은 한한령을 안 푸는 게 아니라 못 푸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한한령 실체를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 2016년 중국 방송 규제 기관인 광전총국이 관련 업계에 한류 금지를 지시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위 한한령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한한령을 검색하면 ‘사드 배치에 따라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과 프로그램의 중국 방송 출연을 전면 제한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여기엔 ‘소문에 따르면( 言)’이란 표현이 붙어 있다.

한·중이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한 때가 2017년 10월이다. 4년도 더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 그간 양국은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 등 각급에서 소통을 이어왔지만 문화 교류 활성화 같은 원론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은 매번 한한령 해제를 요구하고 중국은 공감한다며 넘어가는 식의 태도가 되풀이됐다. 한·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를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지만 정작 한국 콘텐츠 업계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한·중은 화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번엔 실질적인 한한령 해제를 못 박아야 한다. 또다시 문화 교류 활성화만 반복할 거라면 회담하는 의미가 없다. 철 지난 드라마 한 편 방영에 한한령 해제 운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권지혜 베이징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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