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LP음반에 사랑을 싣고.. 최성철 대표의 음악여행
지난해 말 아코디언 마에스트로 불리던
심성락 선생의 부고를 들었다.
그때 LP음반 제작사인 페이퍼 크리에이티브의
최성철 대표가 떠올랐다.
5년 전 그가 내게 심성락 선생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소리로 사람을 즐겁게 하라’는 의미로
성락이란 이름을 쓰는 분입니다.
실제 심 선생은 우리나라 아코디언의 거장입니다.
이미자, 패티킴, 신승훈 등 국내 음악가
열 중 아홉과 음반 작업을 했고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연주곡만 7000여 곡,
음반은 1000여 장에 달할 정도니
여든 인생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입니다. ”
처음 듣는 이름인데
기자로서 그를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최 대표는 심 선생의 근황도 아울러 들려줬다.
“최근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화재로
그의 아코디언이 불타버렸어요.
바람이 들어오면 숨을 들이쉬고,
바람이 나가면 숨을 내쉬는 주름상자가 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심 선생의 인생이 타버린 거죠.
그래서 제가 심 선생 아코디언을
다시 사드리는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자그마치 3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일이니
쉬운 일이 아닌 터였다.
그런데 기적처럼 소셜펀딩 33일 만에
후원자 560명이 펀딩을 완성해냈다.
이때 최 대표는 후원자에게
심성락 LP음반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공약했다.
최 대표는 2009년부터 LP음반을 제작해왔다.
당시만 해도 국내 여건이 열악하여
영국, 독일, 체코 등에서 LP를 주문 제작했다.
이러니 제작비가 만만찮았다.
어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슷했다.
이리 어려운 상황인데도 후원자에게
LP음반 선물이라는 공약을 한 게다.
그가 후원자에게 약속을 지키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그래도 그는 약속을 지켰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LP음반이 90여 개다.
이만큼 만든 소감을 그가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땐 매일 제작비 걱정이었습니다.
그사이 LP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제작비 걱정 안 하고
LP를 만들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이 모두 ‘같이’의 ‘가치’가 이루어낸 기적일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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